"주식양도차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명분도 확실
종합주가지수가 125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개장 이래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연내 1300포인트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00포인트 선마저 무너졌던 때와 비교해 볼 때 7년여만에 주식시장에 '봄날' 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식시장의 '호황' 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저금리 기조 등으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진 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 이라는 데에 원인을 설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분위기. 이 같은 주식시장의 활황은 그동안 철저하게 '금기'처럼 여겨져 왔던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바로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논란이다.
특히 올해 4조6000억원, 내년에도 6조8000억원 가량의 세수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조세당국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제도의 시행이 세수확보에 있어서 '가뭄의 단비' 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역할론' 이 제도 시행을 외치고 있는 정치권 등의 논리적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지난 14일 "세수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세원발굴이 필요하다" 고 주장하며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 시행을 카드로 내놓았다.
□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의 현주소
현재도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정 수준에만 묶여있는 '제한적' 수준에서만 과세권이 집행되고 있다. 매매대금의 0.3%인 증권거래세와는 다르다.
현재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되는 범위는 해당 법인 주식의 3%(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이상을 가진 경우에 한해서만 양도세가 과세되고 있다. 이른바 '대주주' 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 세율은 20%다.
이와 달리 증권거래소, 코스닥 등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전액 과세되고 있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소액주주라 해도 양도차익의 10∼30%는 세금으로 신고·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상장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양도세를 과세하는 것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라는 조세원칙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불가능할 경우 적어도 너무 넓게 규정된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비록 과세회피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비상장주식에 대해 양도세를 과세하고 있는 것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일정 부분 형평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 "왜 해야 하나"
최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근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철저히 환수하면서 주식투자를 통해 번 돈에 대해서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정부의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이 제도 시행을 꺼려 왔던 것은 소액주주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 다시 말해 소액주주들에게까지 과세권을 휘두를 경우 주식시장 침체는 물론 궁극적으로 소액주주들이 가진 '票心'을 잃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제도 시행을 꺼리게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최근 여당인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도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의 필요성은 이미 학계에서 '고전' 이 된지 오래다.
이인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 2003년 "대주주와 비상장주식에만 과세하는 제한적인 주식양도차익과세를 주권 상장법인 및 협회 등록법인의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당시 '자본이득 과세문제의 개선방안' 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시행하되 시행 초기 낮은 세율로 과세하고 거래세 형태로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현재보다 낮추거나 아예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도 제도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조세연구원 소속이었던 김진수 박사는 지난 2003년 "투기적 주식투자를 막고 기업들의 안정적 배당성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장·비상장, 대주주·소액주주, 보유기간의 구별 없이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종합소득세율과 같은 세율로 과세해야 한다" 고 지적했었다.
□ 전직 세제실장 출신도 "과세 확대할 필요 있다" 지적
제도 시행을 주장하는 이들 중에 눈에 띄는 인물도 있다.
재경부 세제실장 등 국가세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최경수 前 조달청장은 지난해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최 전 청장은 논문에서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는 등 부동산 투기가 진정되고 시중의 부동자금이 증시로 이동해 주식시장이 활황(活況)으로 돌아설 경우 과세형평 차원에서 주식에 대한 과세강화 문제가 제기될 것" 이라며 "주요국가의 과세제도와 국내 제반 여건을 고려한 과세제도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2003년 기준 거래소 상장주식 시가총액(255조) 중 과세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주식보유비율이 10% 이상을 점유하는 등 고액재산가에 대한 편중이 심하다" 라며 "소액주주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현행 대주주 기준율(3%)과 기준금액(100억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과세베이스를 넓혀 가야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될 경우 납세인원은 지난 2001년 기준으로 47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7000명이 증가하고 과세대상 금액도 47조원으로 약 7조원 가량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최 전 청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현행 자본시장의 규모, 국제적 자본이동 가능성, 세무행정상 준비 절차 등을 고려해 과세방식은 증시 충격이 적은 신고·분리과세 방식을 지속하고 과세소득금액 계산에 있어 장기보유주식에 대해서는 특별공제, 세율차등 등과 같은 우대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