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순기능, 분쟁국가 휴전 잇따라
UN, 11개 분쟁국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전 의사 밝혀
100여 개국, 16개 무장단체 무력행위 중단 승인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30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21만명이 넘는 등 최악의 피해를 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일부 순기능을 보이고 있다. 중동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줄고 휴전이 성사된 것이다.
USA 투데이는 세계가 민간인과 군대 모두를 파괴할 수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에 직면함에 따라 3월 23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적인 휴전"을 처음 촉구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콜롬비아에서 우크라이나까지 분쟁국가들이 무기를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USA 투데이는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모든 국가의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과 무장단체의 30일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투표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결의안이 초유의 사태인 이번 위기에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Barry Posen는 이러한 흐름이 분쟁중인 국가들에서 난민의 이동을 막아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세계적인 휴전이 이상주의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특히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고 민간인들이 질병에 극도로 취약한 시리아나 예멘과 같은 곳에서는 상당히 실용적이라고 덧붙였다.
구테헤스 총장은 4월 3일 언론 브리핑에서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리비아, 미얀마, 필리핀, 남수단, 수단, 시리아, 우크라이나, 예멘 등 11개 분쟁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 세상에 단 하나의 싸움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와의 우리의 공동전"이라고 강조했다.
1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구테헤스 총장의 휴전 제안을 지지하며 모든 전쟁을 멈추자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게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외무부 장관과 EU 외교 안보정책 고위대표가 공동 성명을 통해 구테헤스 총장 등과 입장이 같다면서 리비아에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USA 투데이는 유엔 관계자들이 작성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16개의 무장단체와 100개 이상의 국가가 유엔의 조치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에서는 ELN으로 알려진 반군이 4월부터 휴전에 합의하고 정부와 평화 회담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예멘에서는 연합군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2주 휴전에 이어 이미 기아와 다른 질병으로 황폐화된 국가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적어도 한 달 동안 휴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연합군의 2주 휴전에 대해 전염병으로 인해 국제적 무력 충돌을 중단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5년의 분쟁을 종식시킬 기회가 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시리아의 시리아민주군은 외부의 공격은 방어하되 공격적 군사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에 동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개발기금(SDF)은 성명에서 "이번 인도주의적 휴전이 대화와 정치적 해결의 문을 열고 세계와 시리아의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테헤스 총장은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선언과 행동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USA 투데이는 휴전 협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평화 회담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분석했다.
평화유지 전문가 Richard Gowan은 유엔 중재자와 특사들이 분쟁 지역을 이동할 수 없어 평화 협상이 더욱 어려워짐에 따라 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염병이 확산됨에 따라 평화적인 방법이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질병이 퍼질수록, 더 많은 군사 단체들이 자원 부족 등의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더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Posen 교수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와 프랑스 항공모함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어떻게 이 바이러스가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의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두 경우 모두 바이러스가 항공모함을 휩쓸면서 수백 명의 선원이 감염됐다.
그는 "코로나19에 의한 감염은 강대국과 그 외 국가들을 동등하게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어떤 나라도 이 전염병으로부터 의미 있는 군사적 이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강대국들 사이의 전쟁의 가능성은 증가하지 않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