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난해 8월 정경심 동생 집 압수수색
WFM 실물주권 12만주 확보, 차명으로 은닉 의심
변호인 "조범동·이상훈 혐의 해당, 정경심과는 전혀 무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은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서 검찰이 정 교수 동생 집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정 교수 동생의 주거지를 검찰이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한 것은 위법한 증거 수집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18일 열린 정 교수의 19차 공판에서 정 교수의 변호인은 "(검찰이 정 교수 동생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정 교수의 혐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해 8월 말 정 교수 동생인 정모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코링크PE가 인수한 WFM의 주식 실물주권 12만주를 확보했다. 정 교수가 차명으로 사들인 WFM 주식의 임의 처분을 막거나 거래 과정을 숨기기 위해 정씨가 실물 형태로 소유했던 것이라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정 교수가 자신의 동생 명의로 상장회사인 WFM의 주식을 매수해 시세차익 상당의 범죄수익을 취득했음에도 자신의 주권 취득 사실을 숨기고 타인이 범죄수익을 얻은 것(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정 교수가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공직자재산등록과 관련해 WFM 실물주권 12만주를 신고하지 않고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수익을 은닉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정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의 내용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씨와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이사가 펀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인데 이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인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조씨와 이 대표의 범죄사실을 확인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면서 "전적으로 이같은 영장 발부 이후에서야 수사 활동이 이뤄졌기 때문에 위법한 수집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실체 관계를 규명하고 위법한 수집 증거에 대해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부여한 영장의 명확한 범위 내에서 수사 활동이 전개돼야 함에도 '이런 것이 있네'하면서 범위를 뛰어넘어 이뤄진 활동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지킨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경위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검찰은 조씨와 이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이들이 우국환 전 WFM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가했다는 내용으로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와 이 대표가 손해배상 명목으로 우 전 대표에게 받은 주식을 코링크PE 자산수증이익으로 회계처리했고,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의혹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나온 것일 뿐 정 교수가 받는 혐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취지다.
반면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WFM 실물주권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의해 적법하게 압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씨와 이 대표가 공모해 배터리 펀드를 설립한 뒤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코링크PE의 이익으로 처리해 피해를 줬다"며 "배터리 펀드를 설립 및 WFM 인수 과정과 경위, 주식 현황 등을 확인해야 사건 전모 확인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정 교수의 동생 정씨가 실물주권을 소지한 경위에 대해 해명하지 못했다"면서 "압수수색이 나오자 정씨는 검찰수사관에게 정 교수와 통화한 다음 제출할 수 없다는 등 횡설수설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범죄 수익의 개연성이 있는 것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WFM 주식이 차명으로 발견됐고,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조씨와 이 대표가 주식을 취득했거나 분배한 것으로 보인다"며 WFM 인수 경위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검찰에 정 교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전반에 걸쳐 자료의 작성 주체 및 작성 시기 등이 불명확하다며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증거위조 교사 혐의와 관련해 '2019년 2분기 펀드 운용현황보고서'의 작성 주체와 방법, 시기 등이 불분명하게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21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시점에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블라인드 펀드라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모른다'는 취지의 거짓 운용현황보고서를 만들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공소장에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15일부터 8월 21일까지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반복해 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적혀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증거위조 교사의 공소사실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구체적인 교사 행위를 보충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부부가 교사가 아니라 공동으로 범행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것이므로 처벌되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정 교수와 정 교수 동생이 금융위원회에 블루 펀드의 출자에 관한 사항을 거짓 변경 보고한 것(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서도 "5촌 조카 조씨와 공모한 일시와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면서 사실을 보충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이 밖에도 정 교수의 딸 조모씨의 부산 모 호텔 인턴활동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의 공소사실과 다른 부분을 해명하라고 검찰과 변호인 모두에게 요청했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와 관련해 ▲업무상 횡령(대여금 이자 문제) ▲자본시장법 위반(펀드 운용 문제 관련 허위 신고) ▲자본시장법 위반('호재성 정보'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차명으로 주식 매수 뒤 수익 은닉) ▲금융실명법 위반(동생·단골 미용사 차명계좌 이용) 등 혐의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