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상해죄' 적용되면 중한 처벌 가능성↑
정부,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전광훈 목사 고발
전광훈, 동선 거짓진술·휴대전화 허위기재 드러나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도주·난동 일탈행위 잇따라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원지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 목사의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전광훈 목사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전 목사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 목사는 서울의료원에 입원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서울시는 전 목사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비난 여론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보석은 보석 허가 조건을 위반해 취소될 확률이 높다.
먼저 전 목사는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대상 명단을 허위로 제출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로 고발당해 향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목사가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의 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서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주도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한 상태다. 국민운동본부는 당초 집회신고를 했던 경복궁 앞이 아니라 광화문 동화면세점으로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었다.
| 코로나 전파 고의성 인정되면 '미필적 고의' 적용 가능 |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겸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지난 16일 오후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전 목사의 행위와 코로나19 전파 사이에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는 상태다. 과실치상과 상해죄는 처벌 수위에 큰 차이가 있어 만약 전 목사가 상해죄로 기소된다면 중한 처벌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실치상죄를 범한 사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지는데 비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 신천지 사태 당시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형법상 살인죄 및 상해죄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미필적 고의'는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없더라도 그 결과를 용인하겠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예컨대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하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인도로 질주해 사람을 다치게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죄가 적용된다. 최근 구급차를 막아 세워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택시기사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형법 18조(부작위범)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대해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이 사망할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예견하거나 인식했을 경우 그 인식 또는 예견이 불확정적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고의)가 인정된다. <대법원 2004.6.24. 선고 2002도995 판결>
전 목사의 경우에도 '고의성'의 존재 여부에 따라 미필적 고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 목사가 '집회에 참여하면 코로나를 전파할 수도 있지만 집회는 나가겠다'고 생각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잠시 집회에 나간다고 해서 코로나가 퍼지지 않겠지. 설마 걸리겠어?'라고 인식했다면 '과실'로 볼 개연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이 방역 수칙을 어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 전파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했을 소지가 크다고 본다.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도 집단 예배와 숙식, 집회 동원 등 집단행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의 A 변호사는 "전 목사가 직접 코로나 전파를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집회 참여와 집단 예배 등 결과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정황이 보인다"며 "수사를 통해 방역 방해 행위와 코로나 전파 간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확진과 집회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고의성이 밝혀진다면 최소한 상해 미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과실과 미필적 고의의 경계가 모호해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B 변호사는 "지금까지 미필적 고의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상 개념에 불과했고, 감염병과 관련해 적용된 사례가 없어 입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법무부·대검, 방역 방해 엄정 대응…"구속수사, 법정 최고형"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고의로 코로나19 방역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련 일부 확진자의 방역 방해 행동이 이어지자 정부와 수사기관은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악의적으로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시 재난안전본부를 방문해 "역학조사나 방역조치를 방해할 경우 감염병관리법뿐만 아니라 공무집행방해 및 다른 형사범죄도 적용해 단호하게 법적 대응을 하라"면서 "필요할 경우 현행범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 등 엄정한 법 집행을 보여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를 겨냥해 "방역조치를 방해하는 일이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며 강력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코로나 방역활동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추 장관은 "당국의 방역 활동을 방해하고 국가의 방역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매우 분노할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방역활동을 저해하는 행위로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집합제한명령 위반 △허위 자료 제출 등 역학조사 거부 △방해, 회피 △방역 요원에게 침을 뱉거나 폭력 행사 △고의 도주 △조직적인 검사 거부와 선동 등을 언급했다.
대검찰청 역시 지난 25일 방역조치 거부·방해 행위에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을 일선 검찰청에 주문했다. 검찰은 △조직적·계획적 또는 악의적 역학조사 거부 행위 △방역 요원 및 의료진 폭행·협박이 수반된 방역 방해 △정부 방역정책에 대한 적극 방해 등의 행위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검찰은 올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24일까지 방역 저해 관련 사건 338건을 기소했고, 중대 방역 저해 사범 22명을 구속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코로나19 관련 범죄는 497건으로, 집합제한명령 위반이나 역학조사 거부·방해, 입원치료·격리조치 위반 등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사건이 370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3건의 구속 기소를 포함해 312건이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정부기관·관공서 등에 허위신고한 사건은 87건으로 집계됐다.
| 전광훈 '동선 거짓진술' 불구 "정부, 대국민 협박" 적반하장 |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정부와 수사기관이 방역 저해 행동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있지만 전 목사 측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전 목사 측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을 구실로 하는 대국민 협박을 당장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는 "사랑제일교회와 8·15 집회 참가자는 대통령이 말한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방역 방해'를 한 사실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교회를 폐쇄하고 교인 명단을 공개하는 등 방역당국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전 목사 측은 교인들에 대한 방역당국의 강제검사명령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 측은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은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강제검사명령은 위법하다고 말한 바 있다"며 "지자체와 방역당국의 행정명령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감염병예방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강제검사명령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랑제일교회와 8·15 집회 참가자에 대해서만 정부가 다른 방역지침으로 검사를 강요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주장과 달리 전 목사가 동선을 거짓 진술해 방역당국의 조사에 혼선을 초래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KBS 보도에 따르면 자가격리 기간에 집에만 있었다던 전 목사가 다른 자치구로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구청인 서울 성북구청이 공개한 동선에는 전 목사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택에 머물렀다고 나오지만, 13일 전 목사는 인터넷 언론 '펜앤드마이크 TV'에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택이 있는 성북구가 아닌 종로구에 위치한 펜앤드마이크 사무실을 방문한 셈이지만 성북구청이 공개한 동선에는 이러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가격리 기간에 서울 강남의 한 정형외과에 들렀던 정황도 나타났다. 전 목사는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지난 15일 병원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소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전 목사의 병원 방문 사실을 포착해 해당 병원을 소독했고, 전 목사와 접촉한 간호사 2명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결과 음성이 나왔다.
또 전 목사가 진단 검사를 받을 당시 문진표와 기초역학조사서에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사실도 드러났다. 전 목사가 허위 기재한 전화번호로 성북구청이 연락을 해왔던 것이 알려지면서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는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청은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부분이 확인되면 전 목사를 고발할 방침이다.
|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자가격리 수칙 위반 사례 속출 |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일부 확진자의 일탈 행위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믿지 못하겠다며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하고 도주하거나 보건소 직원을 껴안는 등 방역을 방해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포천시에 거주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가 검사 진행을 위해 방문한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이들 부부는 보건소 직원이 검체를 채취하려 하자 "우리가 만난 사람도 많은데 왜 우리만 검사를 받아야 하냐"며 바닥에 침을 뱉고 "우리가 만졌으니 당신들도 검사를 받으라"면서 직원을 껴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부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격리 수칙을 어기고 인근 병원으로 가는 등 소동을 피우다가 경찰에 의해 안산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다.
지난 18일에는 남양주시에서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확진자 통보를 받은 뒤 "검사결과를 못 믿겠다"며 3시간30여분 동안 연락을 끊고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경찰이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파주병원에서도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사랑제일교회 50대 교인이 병원을 탈출해 서울 종로와 신촌 등 도심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 교인은 병원을 탈출한 지 약 25시간 만에 서울에서 검거됐다.
한편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25일 정오 기준 총 915명으로 집계됐다. 23일까지 서울시 검사 결과 사랑제일교회의 코로나19 양성률은 전체 검사 양성률 0.64%보다 약 34배 높은 21.7%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