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자 지분 매각시 신한금융지주 최대주주로 등극 가능
"이익 창출 아닌데 돈이 쓰일 가능성 있고 명분도 약해" 지적도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신한금융지주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합니다. 코로나19에 대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M&A(인수합병)를 강화하기 위한 재원을 만들기 위한 목적입니다.
7일 증권시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대해 투자자들이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이날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550원(1.9%) 내린 2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1조1582억4800만원 규모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가 증자 배정 대상입니다.
신주 발행가액은 2만9600원으로 유상증자를 마치면 3913만주가 늘어나게 됩니다. 신주상장 예정일은 10월 20일이며 1년간 보호예수조치 됩니다. 매각은 1년간 보호예수조치 기간을 포함해 2년간 제한됩니다.
유상증자를 받은 투자자가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장외시장 등에서 매도할 경우 투자자는 사전에 신한금융지주에 매수제안통지를 해야 하며 신한금융지주는 해당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게 됩니다.
신한금융지주의 6월 말 현재 지분 분포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9.86%(4706만3799주)로 최대주주이며 블랙록 펀드가 지분 6.09%(2906만3012주)로 2대주주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은 신한은행 등 조합원 계정 2459만489주와 조합계정 9만2072주를 합해 지분 5.15%(2459만489주)에 머물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 전 발행주식은 4억7739만6835주이며 유상증자가 마무리 되면 주식이 5억1652만6835주로 늘어나게 되고 신주 발행주식은 지분 7.58%를 차지하게 됩니다. 신규 투자자들의 몫이 2대주주 지분을 넘어서게 됩니다.
유상증자를 받은 투자자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신한금융지주는 이들의 주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어 최대주주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됩니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으로 2018년말 12.5%였던 보통주자본비율이 현재 11.4%로 낮아진 것을 꼭 증자로 보완했어야 했는지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증자 이유가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기에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구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물량이 기존 주식의 8.2%에 달해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사모펀드와의 전략적 제휴 효과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명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최근 1년여간 주가 변동 추이. 캡처=키움증권
신한금융지주의 7일 주가는 유상증자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으로 하락하면서 거래량도 증가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379만9647주로 전거래일보다 1.6배 늘었습니다.
투자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6만3709주, 27만3339주를 순매도 했고 개인들이 202만5901주를 순매수 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신한지주의 유상증자에 다양한 시각을 보였습니다. 단기적으로 주주친화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주가에 부담이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신성장 동력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맞섰습니다.
현대차증권 김진상 연구원은 “이번 증자의 취지는 투자은행(IB)·글로벌 등 신성장 동력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자본력 강화에 있다”면서 “인수합병을 포함한 성장 전략 추진과 코로나19 리스크 대응이라는 공수 양면을 겨냥한 증자”라고 판단했습니다.
NH투자증권 조보람 연구원은 “기준주가에 대한 할인율이 2%, 장부가 희석이 5%대로 주가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당 증가가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분석했습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유상증자 할인율이 2%에 불과하며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딜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 “그러나 유상증자가 최근 2년간 분기이익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인데 비해 영향이 BPS(주당순자산비율)와 EPS(주당순이익)를 각각 –5.4%, -7.6% 하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유상증자로 인한 BPS와 EPS 감소율이 모두 4.7%로 추정된다”며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발행주식수의 7.9%에 달하는 신주가 발행되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해 다소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유상증자에 따른 교보생명 인수설과 관련 “신규 주주 두 곳이 자금회수를 기다리고 있는 교보생명 투자자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교보생명 인수 가능성 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회사측은 이러한 의구심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증자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증자를 통해 모은 돈을 신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고 명분이 약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어 이번 유상증자가 신한지주의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