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증선위 1차 처분 '임원해임권고' 취소소송 승소
법원 "1차 처분이 2차 처분에 흡수돼 효력 존재하지 않아"
증선위, 2018년 임원해임권고(1차)·과징금 시정요구(2차) 징계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4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임원 해임권고 등 처분 취소소송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회계기준을 누락했다며 관련 임원을 해임하라고 권고한 금융당국의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8년 10월 금융당국의 1차 제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원 해임권고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이후 이뤄진 2차 처분에 흡수·합병돼 2차 처분과 구분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의 제재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본안 사건 전 집행정지 사건에서 1차 처분이 2차 처분에 흡수돼 소멸했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결정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판 과정에서 2차 처분으로 인해 1차 처분의 효력이 없어졌다고 주장해왔다. 변호인은 "본안 전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이 1차 처분이 2차 처분에 흡수돼 소멸했다고 결정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며 "1차 처분의 효력이 지속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증선위 측은 "1·2차 처분은 위반사항이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증선위 측은 "1차 처분은 주석에 콜옵션과 자금조달의무를 기재하지 않은 것이고, 2차 처분은 2015년 4조5000억원의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에 대한 제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1차 처분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증선위는 지난 2018년 7월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담당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3년등의 '1차 처분'을 내렸다.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및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등 '2차 처분'를 의결했다.
이후 증선위는 2015년경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상장 직전 자회사의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회계처리기준을 해석·적용했다고 봤다.
특히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변경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1·2차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또 판결 후 까지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해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재 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항고 사건을 기각(심리불속행)했다. 당시 법원은 "제재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2차 처분'인 과징금 시정요구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내, 다음달 속행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