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회계기준 해석 차이" 고수 VS 증선위 "명백한 위반"

삼바 "회계처리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견해 차이"
증선위 "합작계약 내용은 주석 공시 의무"

◆…수조원대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정 소송에서 증권선물위원회의 1·2차 제재를 두고 삼성바이오 측과 증선위 측이 공방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4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회계기준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16일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원 해임권고 등 처분 취소소송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당초 첫 재판은 지난해 6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기일이 연기됨에 따라 15개월여 만에 재판이 재개됐다.

삼성바이오 측은 이날 재판에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회계기준의 해석 또는 견해의 차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앞서 삼성바이오 측은 지난 15일 열린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첫 공판에서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FIRS)을 해석하는 견해가 다른 것"이라며 공시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 측은 "2012~2014년 콜옵션 약정이 회계기준상 공시 대상인지 의문"이라면서 "삼성바이오가 객관적 사실을 반하거나 회계기준을 위반해 회계처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증선위 측은 "미국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의 합작계약 내용은 주석에 공시해야 한다"며 "조서를 복사해서 붙이든지 해야 하는데 현출하지 않아 명백한 위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선 증선위의 1차 제재와 2차 제재의 관계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증선위는 2018년 7월 삼성바이오에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1차 제재'를 내렸다. 이어 11월에는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및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등 '2차 제재'를 내렸다.

삼성바이오 측은 "2차 처분으로 인해 1차 처분의 효력이 존재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증선위 측은 "위반 사항 자체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은 1차 제재에 대한 사건으로 삼성바이오가 1차 제재의 효력 존부를 먼저 따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 측은 "본안 전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이 1차 처분이 2차 처분에 흡수돼 소멸했다고 결정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며 "1차 처분의 효력이 지속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증선위 측은 "1차 처분은 주석에 콜옵션과 자금조달의무를 기재하지 않은 것이고, 2차 처분은 2015년 4조5000억원의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에 대한 제재"라며 "1·2차 처분은 위반사항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집행정지 사건에서 언급된 1·2차 처분의 관계에 대해서도 증선위 측은 "대법원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돼 1·2차 처분의 관계를 대법원이 판단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2차 처분의 관계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 부분 쟁점에 대한 공방 이후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 변경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상장 직전 자회사의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회계처리기준을 해석·적용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자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변경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증선위 판단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증선위가 1·2차 제재를 내리자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또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등에 대해 판결 후까지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가 낸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서 법원은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제재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제재 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항고 사건에서 기각(심리불속행)했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는 본안 소송 판결 후 30일이 지날 때까지 그 효력이 정지된다.

삼성바이오의 임원 해임권고 등 처분 취소소송의 다음 재판은 3월 19일 속행될 예정이다.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 중인 시정요구 취소청구의 재판도 같은달 1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