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5일 윤석열 장모와 배우자 고발인 첫 소환
고발인 정대택씨 "억울한 옥살이, 누명 풀어달라"
민주당·우희종 교수·시민단체 등 고발 잇따라
◆…검찰이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배우자 김건희씨를 소송사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업가 정대택씨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가 의혹과 관련한 고소를 접수받은지 7개월 만에 고발인을 첫 소환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간 검찰은 윤 총장 배우자 사건이 공소시효를 5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순배)는 이날 오후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부인 김건희씨를 고소·고발한 사업가 정대택씨를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2월 윤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고, 최씨와 김씨는 소송사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한 바 있다.
검찰에 출석한 정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와 김씨가 누명을 씌워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003년 윤 총장 장모와 사업으로 엮인 뒤, 강요죄 등으로 누명을 쓰고 복역을 했다"며 "앞으로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씨는 윤 총장이 김씨와 혼인하기 전인 2003년경 최씨와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하다가 동업약정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며 최씨와 법정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정씨는 약정서 작성에 참여했던 법무사가 최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최씨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며 법무사의 자술서를 토대로 최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주장을 무고로 보고 기소해 정씨는 2017년 10월 실형을 받고 구속됐다. 이와 관련해 정씨는 "최씨와 김씨가 브로커와 법무사를 매수해 인영을 삭제한 위조 동업약정서를 만들었다"며 "약정금을 두고 최씨에게 소송을 제기하자 최씨가 동업약정서를 작성한 법무사를 13억원을 대가로 매수해 자신을 강요죄 등으로 누명씌웠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오는 10월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윤 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의혹이 남아있다"며 "억울한 부분을 해소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처가 의혹 사건은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 배당됐다가 검찰 인사 이후 형사6부로 재배당됐다. 최초 사건을 배당받은 수사팀은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다가 재배당 이후 지난 2월 정씨가 고소한 지 7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부인 김건희씨를 고소·고발한 사업가 정대택씨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 총장의 장모 최씨는 과거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허위로 은행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2013년 경기도 성남의 한 야산이 공매로 나온다는 정보를 얻고, 동업자 안모씨와 함께 투자했다가 안씨와 야산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기로 합의한 뒤 40억원에 땅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총 350억원의 은행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나중에 이 금액이 모두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최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김씨가 이에 공모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배당받아 수사에 들어갔고, 이후 최씨를 사문서위조등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다음달 29일 재판이 속행될 예정이다.
수사팀은 열린민주당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변호사)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 4월 김씨와 최씨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에 들어갔다. 탐사보도매체인 뉴스타파는 지난 2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선수'로 통하던 이모씨와 공모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김씨가 이른바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또 김씨가 이를 통해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증권 계좌, 현금 10억원을 이씨에게 맡긴 혐의가 있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황희석 최고위원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지금 자신의 측근 검사장에 관계된 기자에 대해서 자문단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개입하고 관여하고 심지어 조종하고 있다"며 "이런 사람이 자기 장모와 배우자에 대해 수사가 개시되면 내로남불이란 표현이 모자라면 모자랐지 넘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윤 총장 처가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와 윤 총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공동정범)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김씨의 회사가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받은 이후 부당한 협찬 계약을 다수 체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김한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지난 17일 "검찰은 선택적 정의가 아니라 보편적 정의를 보여달라"며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김민웅 경희대 교수 등도 윤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시민 4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 접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