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비과세 지방공무원 포상금에 세금
'과세 부당'하다며 불복 제기 5000여건
"비과세 기타소득" 심판원, 납세자 손 들어줘
국세청, 유사 불복 건에 '직권취소' 가능성도
◆…(사진 조세일보DB)
50여년 비과세였던 지방공무원 포상금에 대해 '과세 칼날'을 들이댄 국세청이 행정소송(조세심판원 심판청구)에서 패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현재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한 지방공무원 포상금 과세취소요청 건수는 5000여건에 이른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지난달 13일 인천광역시·안산시 소속 공무원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심판청구 건(2건)에 대해 '취소(납세자 승소)' 결정을 내렸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014년 세입징수 공적(또는 공무원연구모임 발표대회서 우수팀 선정)으로 포상금을 받은 공무원에게 올해 5월 종합소득세를 경정·고지했다(가산세 포함). 업무의 성과로 지급받았기에 근로소득으로 판단하고 과세한 건이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에서 '비과세 기타소득'이라며 납세자 손을 들어주면서, 국세청이 대규모 유사 불복청구 건에 대해 직권취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 한 통의 탈세제보가 부른 '역대급 조세저항' |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도개선 위원들이 조세심판원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공노총)
현재 국세청은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포상금의 50%(공공기관 약 90%)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세 칼날을 지방공무원에게까지 겨눈 건 한 통의 탈세제보 때문이었다. 지난해 4월 '포상금 소득신고 누락과 탈세여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자, 근로소득세 부과제척기간에 속하지 않은 최근 5년(2014~2018년 귀속소득)간 지방공무원이 수령한 포상금에 소득세를 부과한 것이다.
가산세까지 더해진 납세 고지서를 받은 공무원들은 과세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한 청구인은 "1974년 지자체별 조례 제정 이후 현재까지 비과세되는 기타소득으로 간주되면서 원천징수한 바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불복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에 세법해석도 요구(예규 신청)했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9월 '세입징수포상금, 예산을 절약하거나 수입 증가에 기여한 공무원이 지급받은 성과금, 영유아보호법에 따라 위탁계약을 맺은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위탁보유비(월 10만원 이내), 모범공무원의 산업시찰 관련한 여비(통상적으로 지급되는 금액)는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상황이 이렇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같은 달 세종시 국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 예규해석을 수용해서 공무원 포상금에 대한 과세를 직권 취소해야 한다"며 요구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조례에 따라 소속 공무원이 체납업무와 관련 세입증대에 기여해서 지급받는 포상금은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는 자체 유권해석을 근거로 과세 의지를 굽히지 않았으나, 조세심판원은 납세자 손을 들어줬다.
소득세법상 국가 등이 지급하는 포상금이라고만 열거되어 있고 지급받는 대상은 제한을 두지 않기에, 공무원이 포상금 받은 경우도 (비과세되는) 기타소득이란 것이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소득세법에는 상금과 부상의 지급주체만 언급되어 있을 뿐 그 객체에 대해 특정되어 있지 않다"며 "이러한 점에서 청구인이 수령한 포상금이 비과세 기타소득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세법 해석도 맞다고 봤다. 심판원은 "기재부는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체납액 징수 등에 기여함에 따라 지급받은 세입징수포상금은 비과세되는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심판원이 국세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유사한 사례로 불복을 제기한 청구 건도 취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심판원 관계자는 "공무원 포상금 관련해서 현재까지 5000여건 정도 접수됐다"며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신속하게 권리구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