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관찰국에 한국, 일본, 중국, 독일, 이탈리아 등 9개국 지정
환율조작국에 스위스와 베트남 지정
미 재무부, 환율조작국과 협의 계획…실패하면 금융 제재
중국은 조작국에서 관찰국으로 변경…위안화 저평가 자제 합의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사진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스위스,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 9개국을 환율관찰국에 지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71쪽짜리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인도 9개국이 환율관찰국으로 지정됐고 스위스와 베트남은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 등을 지정했다. 2015년 교역초진법을 제정해 그 기준을 정했다. 이는 다른 나라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자국 통화를 고환율로 만들어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미국 달러 환율은 저환율이 돼 미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최근 1년을 기준으로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 대비 2% 초과 ▲외환시장 달러화 순매수 비중 국내총생산 대비 2% 초과 등이다.
한국은 무역수지 200억 달러를 초과했고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3.5%였다. 그러나 한국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수한 규모는 91억 달러(국내총생산 대비 0.6%)로 환율조작국의 마지막 조건에 충족되지 않았다.
스위스와 베트남은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 두 나라에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는 방식으로 그들의 통화를 조작했다고 비난하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10월, 미국 무역대표부는 베트남의 통화정책에 광범위한 조사를 착수했고 베트남 통화가 최근 몇 년 동안 8% 이상 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은 지난 6월까지 12개월 동안 대미흑자 580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지난 동기대비 470억 달러에서 많이 증가했다. 외환시장 개입도 크게 높아져 국내총생산 대비 1% 미만에서 5% 이상으로 높아졌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특히 스위스는 국내총생산 대비 14%에 달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시행했다. 또한 올 10월까지 대미흑자가 510억 달러로 2019년 무역흑자의 두 배가 넘었다.
미 재무부는 양국의 통화정책을 재설정하도록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재무부 관계자는 “협상이 실패하면 미국은 스위스와 베트남에 무역금융 및 조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재무부는 오늘 미국 근로자와 기업들의 경제 성장과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조처를 했다. 베트남과 스위스가 불공정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후속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의 분석은 6월 30일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미국과 3조 4천억 달러 이상을 상품 교역한 20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2019년, 재무부는 수년 동안의 논의 끝에 위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만 해당했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1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추는 것을 자제하기로 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환율관찰국으로 변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