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조정안 권고 6개 은행 중 4개 은행이 키코 보상 나서
하나은행도 긍정적…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이 전면나서 반발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지난 13년간 끌어온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DGB대구은행의 피해 기업 보상 결정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5일 키코 사태와 관련해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자율보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DGB대구은행은 “키코 분쟁과 관련한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지역대표은행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하여 키코 피해기업 일부에 대하여 자율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키코 사태와 관련해 배상이나 보상 형식으로 키코 피해기업 지원에 나서는 은행은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신한은행, 대구은행 등 4곳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 2019년 12월 키코 피해기업 4개사가 신청한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배상비율을 최대 41%까지 산정한 조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금감원 분조위가 신한은행, 우리은행, 산업산업, 하나은행, 대구은행, 한국씨티은행의 6개 은행에 권고한 총 배상액은 255억원 규모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으로 되어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4개 기업에 대해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고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쟁조정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피해기업들과의 자율 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은행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안을 100%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배상이나 보상의 형태로 키코 피해기업과 접촉에 나서는 것은 진일보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나은행도 키코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보상하는 기준과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중이어서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6개 은행 가운데 2/3인 4곳이 키코 피해기업과 배상 또는 보상을 하기로 한 반면 한국산업은행은 키코 피해기업에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이 전면에 나서 “키코 사태는 법률적으로 종결된 사안”이라며 키코 피해기업에 보상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1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키코에 대해 배상할 이유도 필요도 없고 배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의 분쟁조정에 대해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금감원이 조정을 제시한 6개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에 자율보상에 나설 경우 5개 은행에서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 또는 보상이 이뤄지게 되고 키코 피해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해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기업 2곳에 배상액은 42억원 규모이며 우리은행은 배상금 지급을 완료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3월 금감원 분조위의 6억원 배상 권고를 수락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4일 키코 사태와 관련해 일부 피해기업에 보상하기로 자세를 바꿨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6월 금감원 분조위의 150억원 배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으나 같은해 12월 15일 키코 사태의 일부 피해기업에 보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보상금을 지급하는 기업 수와 보상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은 키코 피해기업 4개 업체에 대한 배상권고와 별개로 나머지 147개 기업에 대해선 11개 은행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배상 여부와 배상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은행협의체는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기 위해 분조위가 조정안을 권고한 6개 은행 외에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국민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SC제일은행, HSBC은행을 더해 총 11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키코는 2008년 3월 금융위기 발생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과 키코 계약을 체결한 국내 수출중소기업들에 큰 손실을 안겨주며 상당수 기업을 도산시켰다. 919개 업체가 피해를 봤고 손실액이 3조1588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0년 8월 1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키코 판매와 관련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산업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임직원 72명에 대한 징계결정을 내린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