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등 재무지표 경쟁에서 KB가 박빙의 우위
"리딩뱅크 경쟁, 장기비전 경영에 방해" 지적도
◆…윤종규 회장
◆…조용병 회장
그런 면에서 KB와 신한 두 그룹은 리딩뱅크 경쟁의 ‘투톱’이라 할 수 있다. 두 그룹의 경쟁은 2017년 신한이 9년간 군림했던 1위 자리를 KB가 ‘찬탈’하면서 본격화됐다. 절치부심한 신한은 이듬해 곧바로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내며 왕좌를 되찾았다. 이에 KB는 3년의 와신상담 끝에 지난해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이처럼 엎치락뒤치락 해온 두 그룹의 경쟁은 올해 더욱 치열해졌다. 분기별로 순익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경쟁 끝에 두 그룹 모두 연말에는 ‘4조원 클럽’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두 그룹의 3분기 실적발표 내용을 통해 리딩뱅크 경쟁의 면면을 살펴 본다.
◆누가 더 잘 벌었나
◆…KB 계열사별 손익 현황
신한은 3분기에 1조1160억원을 벌어 누적 순이익이 3조55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3분기 순익은 2.5% 감소했고 누적 순익은 20.7% 증가했다.
누적 순익경쟁에서 KB가 리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분기별 순익 경쟁에서는 지난 2분기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반짝 1위에 올라서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상반기 전체로 보면 KB금융이 305억원 차이로 신한금융을 소폭 앞섰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한의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비 2.5% 감소한 부분이다. 2분기에 비해서는 10.9%의 감소세다. 계열사별로 보면 은행(제주은행 포함)의 3분기 순익은 766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3% 증가했다. 그러나 비은행 부문의 순익은 433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9%나 감소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의 순익은 2분기의 1547억원에서 3분기에는 446억원으로 71.2%나 격감했다. 비은행부문의 또다른 주력인 신한카드도 3분기 순익이 13.8% 감소했다.
이에 비해 KB증권은 3분기에 1689억원을 벌어 2분기보다 10.1%를 더 벌어들였다. KB카드도 2분기보다 9.0% 늘어난 1213억원을 벌어들이는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신한으로서는 신한금투와 카드가 리딩뱅크 경쟁에서 발목을 잡는 불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신한 계열사별 손익 현황
◆누가 더 덩치를 키웠나
9월말 현재 KB금융의 자산총계는 650조5000억원으로 6월말보다는 2.7%, 작년말보다는 6.5% 성장했다. 여기에 관리자산(AUM)을 포함한 그룹총자산은 9월말 현재 1121조8000억원으로 6월말보다는 5.5%, 작년말보다는 12.6% 불어났다.이에 비해 신한금융은 자산은 638조7000억원으로 6월말보다는 2.0%, 1년전보다는 7.9% 증가했다. 덩치 경쟁에서 신한금융이 약간 밀리는 형세다.
◆누가 더 알뜰했나
◆…KB 일반관리비 및 CIR 추이
신한금융은 3분기까지의 판매관리비가 3조932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5% 늘어났다. 종업원관련비용이 2조5673억원으로 9.4% 증가했고 감가상각비가 4718억원으로 4.2% 증가했다. 기타 일반관리비는 8930억원으로 3.6% 감소했는데 그중 광고선전비는 1586억원으로 3.9% 더 썼다.
신한금융의 3분기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1.5%로 작년의 45.2%에 비해 3.7%p 개선됐다. KB금융의 3분기 CIR은 46.6%로 작년의 54.7%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졌지만 신한보다는 5%p 이상 높았다. 두 그룹의 경영을 살림살이에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신한금융 쪽이 더 알뜰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두 그룹의 일반관리비 지출에서 공통점은 여러 비용 항목 중 종업원급여(신한은 종업원관련비용)의 증가세가 가장 높다는 점이었다.
◆…신한 판관비 및 CIR 추이
금융그룹의 건강 상태는 자산건전성과 자기자본충실도 두 가지로 진단할 수 있다. 자산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다. KB의 9월말 NPL비율은 0.36%로 6월말보다 0.03%p, 작년말보다는 0.05%p 개선됐다. 이에 비해 신한의 9월말 NPL비율은 0.44%로 6월말 대비 0.02%p, 작년말 대비 0.05%p 낮아졌다. 두 그룹 모두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절대치에 있어서는 KB 쪽이 우위라 할 수 있다.
자기자본충실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는 자본비율이다. 자본비율에는 자기자본(BIS)비율, 기본자본(Tier1)비율, 보통주자본(CET1)비율 세 가지가 있다. 통상 BIS>Tier1>CET1 순이다.
KB의 9월말 현재 자본비율은 각각 16.5%, 15.3%, 13.4%를 기록했다. 세 지표 모두 작년말에 비해 0.5~0.8%p 상승했다. 그만큼 자본이 충실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신한의 9월말 기준 자본비율은 16.1%, 14.9%, 13.9%로 집계됐다. 신한 역시 세 지표 모두 작년말보다 0.6~0.9%p 개선됐다.
두 그룹의 자본충실도는 딱히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둘 다 감독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치를 웃돌고 있으므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증권시장의 평가
27일 증권시장에서 11시 현재 신한지주는 2.83% 하락한 3만9550원, KB금융은 0.85% 떨어진 58600원에 마감됐다. 시장에서 신한의 실적에 좀 더 강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두 회사의 PER는 KB가 7.11배, 신한이 6.04배인데 이를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KB와 신한이 같은 이익을 내도 투자자들은 KB 주식을 더 비싸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올들어 3분기까지 KB의 누적 ROE는 11.85%로 전년동기(9.90%) 대비 1.95%p 높아졌다. 신한의 3분기 누적 ROE는 10.98%로 전년동기(9.97%) 대비 1.01%p 상승했다. KB 쪽이 약간 우세한 가운데 두 그룹 모두 자본의 효율성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진정한 리딩뱅크 경쟁은 비재무 요소도 따져야
금융계에서는 분기별로 발표되는 순익 규모나 재무지표만으로 리딩뱅크를 따지는 풍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계 원로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꾸 재무지표만으로 리딩뱅크를 거론하는 관행은 CEO가 긴 안목으로 경영하는데 방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금융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는 인재와 IT”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진정한 리딩뱅크를 판단하려면 교육 연수 등 인재 양성과 IT분야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같은 미래경쟁력 요소를 비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