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수(九修)한 윤석열, 인생의 8할이 '오지랖'?

대광초 동기 "실없이 웃는 얼굴의 원칙주의자"… 尹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다가 져야지"

부친 윤기중 교수, '콩서리' 대학생 아들 종아리가 터지도록 고무호스로 때린 자유주의 경제학자

대학생 尹, 전두환에게 무기징역 선고 후 석 달 간 피신… 사복경찰에 호통쳐 여학생을 구하다

'오지랖' 끝판왕, 남의 자식 밥까지 해 먹이는 8수생… 불합격해도 친구 합격 위해 발 벗고 나서

9수생, 사법고시 D-3 친구 결혼식 함진아비 하기 위해 대구로 향한 오지랖 덕분에 8전9기 종결?

윤 후보는 검찰총장을 사퇴한 지 약 4개월 후인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3월 초 공직에서 물러난 후, 많은 분들을 만났다. 한결같이 나라의 앞날을 먼저 걱정하셨다. 도대체 나라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하셨다"며 "국민 여러분, 저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정치입문 넉 달을 맞은 지난 10월 28일 '정권교체와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윤석열 선언'을 통해 "정권교체"는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이자 "최고의 애국"이라며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도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이 훼손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한 첫걸음은 무도·무능·무치(無道·無能·無恥) 3무정권의 집권 연장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광초 동기 "실없이 웃는 얼굴의 원칙주의자"… 尹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다가 져야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윤기중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최정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부부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윤 후보의 대광초등학교 동기들과 서울대학교 법학과 79학번 동기들의 인터뷰를 모아 구성한 '구수한 윤석열'(김연우 지음, 리딩라이프북스)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유주의 경제학자이자 원칙주의자인 부친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의 애독서로 알려진 밀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도 부친인 윤기중 교수의 추천도서였다.
초등학교 1~2학년 때였다. 선생님이 운동장 10바퀴를 돌라고 시키면 다들 숨어 있다가 '다 돌았다'고 둘러대고 가는데, 그만 눈물 콧물 흘리며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10바퀴를 다 돌았다고 한다.

그가 속한 팀이 시합에서 크게 뒤처졌을 때였다. 다들 포기하고 무성의하게 경기를 뛰어 결국 참패할 상황이 됐다. 그는 "야 인마,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다가 져야지, 이게 뭐냐?"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동기들은 그가 화를 낼 줄 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고 한다.
 

부친 윤기중 교수, '콩서리' 대학생 아들 종아리가 터지도록 고무호스로 때린 자유주의 경제학자

윤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의 기본 취지와 원칙만 제대로 지켜도 경제력 집중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정경유착의 원인은 우월적 지위를 가진 강자들의 반칙에 있으므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에 의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체제의 본질"임을 강조하며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부친 윤기중 교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대학생 시절 부친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던 일화도 동기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 콩서리를 하고 집에 들어갔던 날이었다. 그때만 해도 '서리'가 아이들 장난쯤으로 용인되던 시절이었고, 친구들도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아시고 "농부가 얼마나 힘들게 지은 농사인데, 재미로 서리하면 되느냐"며 마당에 있던 고무호스로 그의 종아리가 터지도록 때렸다. 그가 술에 만취해 친구들에게 업혀서 귀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로(大怒)한 윤 교수는 만취한 대학생 윤석열에게 마당에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고무호스로 볼기를 쳤다.
 

대학생 尹, 전두환에게 무기징역 선고 후 석 달간 피신… 사복경찰에게서 여학생을 구하다

다음날 '법대생들의 궐석재판에서 윤석열 학생이 전두환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내용이 호외로 돌아다녔다. 그는 보안사령부에 근무하던 먼 친척의 연락을 받고 경찰의 수배를 피해 외할머니가 계시는 강릉으로 석 달간 피신해 있어야 했다.

그는 훗날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선고에 대해 "헌법을 침해한 중대범죄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광주고등검찰청과 광주지방검찰청을 방문한 그는 검사들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정신을 깊이 새겨 현안 사건 공판의 공소유지에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79년 가을이었다. 그는 한 여학생이 캠퍼스에서 사복경찰에게 부당하게 검문을 받자 "당신이 뭔데 이 학생에게 함부로 하느냐, 대학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호통을 쳤다. 경찰이 주춤하자 그는 여학생에게 "빨리 가라"고 한 뒤 사복경찰에게 계속 호통을 쳐 쫓아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 보겠네"라며 동요 '앞으로'를 부르기 시작했다. 정문으로 향하는 큰 도로를 걷던 학생들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자연적으로 결성된 거대한 시위대(?)가 운동권이 부르는 민중가요가 아닌 동요를 우렁차게 부르며 내려오니 경찰도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오지랖' 끝판왕, 남의 식구 밥까지 해 먹이는 8수생… 불합격해도 친구 합격 위해 발 벗고 나서

그의 외할머니는 18세에 강릉으로 시집와 19세에 외할아버지와 사별하고 홀로 포목장사를 하며 윤 후보의 어머니를 키웠다. 관동 최고의 포목상으로 성장한 외할머니는 가난한 영재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곤 했고, 강릉 출신 인재 중 그 장학금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1990년 맞벌이 친구의 아내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8수생 신분이었던 그는 친구집으로 가서 친구 아내가 퇴원할 때까지 친구 자녀들 밥을 챙겨주고 놀아주고 친구를 출근시키기까지 했다. 엄청난 오지랖이었다.

사법시험 1차가 있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샌드위치와 반찬,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지방 출신 동기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동기는 "시험장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이상했다. 문을 열어보니 석열이가 있었다. '시험 잘 보려면 속이 든든해야 한다'며 도시락을 줬다. 자기도 시험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고 회상했다.

사법시험에 두 번째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시 경북 영천의 3사관학교에서 석사장교로 훈련을 받고 있던 죽마고우 이철우(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어느 날 전화를 받았다. "2차시험에 수석합격한 동기 김선수가 학생운동을 한 전력이 있어 3차 면접시험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아버지 이종찬 의원을 찾아가 보라"는 것이었다.

그가 나서 이 의원의 신원보증을 받아준 덕분에 김선수는 3차 면접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대법관이 됐다. 김 대법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동기들은 "당시 석열이는 사법시험에 두 번째 떨어졌는데도 자기 일 이상으로 뛰어다녔다. 선수가 수석합격했다는 발표에 뛸 듯이 기뻐했다"며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내가 안 되고 남이 되면 배 아픈 게 인지상정인데 자신은 다음에 붙으면 된다고 자기 일처럼 좋아한다니 정말 웃긴 녀석이다"라고 했다.

물론 그땐 그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사법시험을 무려 여섯 번이나 더 봐야 했다는 것을.
 

9수생, 사법고시 D-3 친구 결혼식 함진아비 하기 위해 대구로 향한 오지랖 덕분에 8전9기 종결?

동기들은 8전9기의 두 번째 이유로 그의 공부법을 꼽았다. 사법고시 준비생들은 많게는 1000페이지에 달하는 여러 책을 읽고 '단권화 작업'과 '서브노트 작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암기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는 서브노트도 없이 한 권씩 파기 시작해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관련된 책을 모두 찾아서 보곤 했다. 도저히 진도가 나가려야 나갈 수 없는 공부법이었다.

동기들은 "그러니 어떻게 진도가 나갈 수가 있나. 그건 고시공부가 아니라 학문 연구다"라며 "법조문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살인자가 원한은 있지만 막상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을 경우 어떻게 처벌해야 하느냐'처럼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녀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그가 오지랖과 학자풍(?) 공부법에도 끝내 합격할 수 있었던 행운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오지랖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9월 19일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이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뒤늦게 가방에 조그마한 형사소송법 책만 넣고 강남터미널로 갔다. 친구 함 이런 걸 빠져본 적이 없는데 공부한다고 앉아있으니까 공부가 안됐다. 고속버스를 탔는데 엄청 밀려서 가져온 책의 시험 범위는 읽기가 싫고 제일 뒤쪽에 죽어도 시험에 안 나오는 부분인 약식명령, 재심, 비상상고 이런 걸 봤다. 친구집에 도착했더니 술판이 벌어졌고 술을 먹고 다음 날 서울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형사소송법 시험 때 고속버스에서 본 '재심과 비상상고의 이동(異同)을 논함'이 나왔다. 일제 강점기 이후 한 번도 안 나온 게 나와 주변에서 곡소리가 났다. 나는 기억이 났다"며 "그날 대구에 가지 않고 신림동 고시원에 앉아 공부했다면 시험에 합격했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아마도 다른 과목에 더 집중했거나 형사소송법을 공부했다 하더라도 고속버스 타고 내려가면서 본 부분을 유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1992년 사법연수원 23기로 입소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주광덕 전 자유한국당 의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용석 변호사, 이정렬 전 창원지방법원 판사 등이 그의 동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