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영국 외교는 믿을 수 없다”...서로 이견차 좁히지 못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 Getty Images, BBC>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적대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BBC 방송은 2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우크라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존슨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 국경에 러시아 군대를 추가 주둔 시키는 것은 ‘비극적인 오판’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자위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럽의 모든 민주국가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이는 우크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보장 요구가 무시당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나토가 러시아의 근거있는 안보 우려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내비쳤다”며 “나토는 안보 불가분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개방 정책(open-door policy) 뒤에 숨어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체결한 ‘민스크 협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스크 협정은 2014년 9월 5일 유럽 안보 협력 기구(OSCE)의 중재 아래 우크라 돈바스 지역에서 반정부군과의 정전 협정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돈바스 전쟁에 병력을 지원해왔다. 정전협정이 무색하게 교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2021년 한해에 전사한 우크라이나군은 최소 79명 이상이고 이 중 31명은 러시아 저격수에 의해 희생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Tass>
이날 양국은 현 우크라 사태의 악화는 어느 누구의 이익으로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모든 갈등의 해결점은 대화”라며 우크라이나를 회담에 참여시키자는 데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군사 배치 문제와 전운 위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 없이 통화가 마무리 되면서 또 다시 러시아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이날 전화 회담은 지난 31일 예정됐었으나 보리스 존슨 총리의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과 관련해 의회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2일로 연기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앞서 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 경제 제재와 수출 통제, 우크라에 파병된 영국군의 맹렬한 군사적 대응 등 높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대화가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현재 푸틴이 러시아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가스관 등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에 협박을 하는 것은 역효과임을 경고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도 통화 전 영국과 신경전을 벌였다. 푸틴은 전날 존슨의 우크라 방문을 겨냥해 “존슨 총리는 매우 혼란스러운 사람이라 누구와도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영국 외교의 영향력을 비하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흑해와 발트해를 혼동한 것과 관련 “트러스 장관의 역사 지식은 지리학 지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누군가 구원자를 자처한다면 영국 정치인의 어리석음과 무지함에서 비롯된 세상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