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핵합의' 원한 적 없다는 이란... 청중들 강경 반미 구호 외쳐


11일(이하 현지시각) 대미 강경파로 알려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현재 8차례 이상 진행된 핵합의 복원 논의를 두고 이란은 '결코' 핵합의를 바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라이시 대통령은 올해로 43주년을 맞이하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이란의 동서남북에 대한 희망을 품었지 비엔나와 뉴욕에 바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2015년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계획)를 복원하고자 서방과 이란측 대표단이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논의 중인 것을 겨냥한 발언인 것이다.

이란은 2015년 미국과 중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을 동결 또는 축소하는 대가로 미국, 세계연합(UN),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를 철회하는 내용의 핵합의에 동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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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에 맞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와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다시 고조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서방과 이란은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8차례나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날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은 해외 경제 지원에 기대기보단 내수 경제를 확대하고, 세계 열강들과의 핵합의 진전에 대해 많은 기대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현재 진행 중인 핵협상을 두고 수주내로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시 복원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란을 상대로 조속히 합의를 복원할 것을 요구한 적 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핵협상 복원을 위해선 논의해야 할 부분이 상당함을 지적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같은 자리에서 "이란의 외교 정책은 균형을 갖추고 있다"며 "서방에게 의존하는 것은 이란의 외교 관계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이며 전세계를 비롯해 특히 이란의 주변국들을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연설은 청중들의 "미국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로 수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1979년 혁명 때 사용된 구호로 당시 이란 여론에서는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했다.

혁명 당시 미국이 이란 팔레비 왕조의 모하마드 레자 샤(왕)의 망명을 받아들이자 이에 반발한 대학생들이 주테헤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기도 했다.

청중들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영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화답하며 라이시 대통령의 연설을 성원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