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을 앞두고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될 국세청 국장들에 대한 인사를 6월 중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가는 가운데, 요즘 국세청의 나이가 찬 국장들은 물론 행정고시 고참기수들의 표정이 영 밝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지난 1일 있었던 국세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주성 국세청장이 간부들의 명퇴를 살짝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들의 고민은 7월부터 국세청 각 국장보직을 자율·공모·개방직위 등 3가지로 나눠 고위공무원단제도가 실행되는 것에 대비하자면 국세청은 당장 내달 중으로 이들 직위별 국장급 인사를 단행해야 할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장급 인사를 한달 늦춰 그동안의 관행대로 6월말 명예퇴직대상을 받은 뒤 7월 시행할 경우 자율직위는 문제가 없지만, 바뀐 고위공무원단제도에 따라 결원이 발생한 공모·개방직위의 경우는 개방형 직위모집이나 공모를 통한 공개경쟁으로 국장을 수혈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당수 직위를 외부인사에 빼앗겨야 한다는 점 때문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1948년 상반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올 상반기 명예퇴직을 해야하는 간부의 경우는 당초 예정됐던 6월말 명퇴에서 시기를 앞당겨 5월말쯤엔 후배를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할 상황으로 당겨지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더해 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행시 고참기수들입니다. 이미 1급 직위인 서울국세청장에 행시 21회인 한상률씨가 임명되면서 이보다 앞선 행시기수들의 주요직위 진출가능성이 크게 좁아졌다는 사실입니다.
행시 19회의 경우는 아직 지방청장도 못한 터여서 후배들의 눈치를 덜 보는 편이지만, 지방청장을 지냈거나 그보다 앞선 고참기수들은 후배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질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리를 비워주자니 아직은 '혈기왕성'한 나이인 터라 소득원을 놓치기도 힘들고, 또 대형로펌이나 회계법인으로의 진출가능성에도 시장여건상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보니 더욱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세청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나아가 군(軍)에서 사무관으로 특채돼 국세청으로 입성한 간부들의 속타는 심정도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들어 자신들의 행보에 부쩍 관심을 갖는 후배들의 시각이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행시 출신간부는 사무관으로 임관해 14-15년이 지나야 서기관으로 승진하고 또 짧은 기관장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후배를 위해 용퇴해야 하는데, 같은 시기에 국세청에 들어와 7-8년만에 서기관으로 승진해서 20년 가까이 기관장으로 재임했으니 그 정도면 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후배들의 생각이 읽혀지기 때문 일 것입니다.
상황이야 어찌 됐건 국세청 고참간부들은 세무사 자격시험 오류로 인해 '잔인한 4월'을 보낸 데 이어 '혹독한 고민의 5월'을 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