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공장' 호불호 떠나, 방송 탄압 신호탄 아닌지 우려 금할 수 없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뉴스공장' 중징계 확정... 파문 확산
TBS 이사장 "행정심판 청구해 볼 필요 있어... 판단의 비일관성은 따져야"
"'뉴스공장' 문제로 전 직원 성과급 깎겠다고 하면 TBS 시사프로그램 위축"
TBS 구성원·TBS이사회도 우려 목소리
◆…T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 뉴스공장' <사진=TBS 제공>
지난 8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TBS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며 TBS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중징계가 확정된 것을 두고, 한국PD연합회가 "'뉴스공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번 조치가 비판적인 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방송 탄압의 신호탄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PD연합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된 김어준 발언은 대선 137일 전에 나왔다"며 "공직선거법은 대선 90일 이내 발언을 규제할 뿐, 이전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는다"고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해 10월 2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방송에서 김씨는 "자기 실력으로 돌파한 사람의 길은 어렵고 외롭지만 있긴 있다. 그런데 그 길로 대선 후보까지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귀하고 거의 없다"며 "그래서 이재명이 우리 사회에 플랫폼이 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캡처.
이에 선방심의위는 지난 3월18일 '뉴스공장'이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21조 3항(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을 위반했다고 보고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당시 참석 위원 8명 중 경고 의견이 5명, 행정제재인 권고 의견이 3명이었다. 이에 TBS 측은 지난 8일 재심을 청구했으나 선방심의위는 이를 기각했다.
한국PD연합회는 "김어준은 '뉴스공장'에서 유사 발언을 자제했다"며 "나름 노력한 정황을 참작해 줄 여지가 있는데도 재허가 심사에서 벌점 2점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PD연합회는 무엇보다 "선방심의위는 2020년 총선 때 '다스뵈이다'의 비슷한 사례에 대해 '문제없음' 판정을 내렸고, 이번 대선에서도 특정 후보 지지 내용이 담긴 자신의 저서를 유튜브에서 광고한 타 방송사 진행자 이모씨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면서 "선방심의위의 '뉴스공장' 중징계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판정이자 자기모순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업 언론단체 대표자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간담회를 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등 6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지난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방송기자연합회와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6단체 대표자들은 전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미디어정책 담당 위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사진은 언론 현업단체-인수위 간담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일관성이 부족한 행태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새 권력 눈치 보기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법정제재의 정당성 여부는 행정법원이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선영 TBS이사장은 "우리나라 방송심의 절차가 민원 제기가 많으면 법정 제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형평에 어긋나고 공정하지 않은 심의절차로 오용될 수 있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해 볼 필요가 있다. 판단의 비일관성은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중징계를 두고 TBS구성원과 TBS이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지난 7일 공개된 3월24일자 서울시미디어재단 TBS 이사회에서 이강택 대표이사는 법정 제재에 대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이며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승창 노동 이사는 "직원 입장에서 굉장히 위축된다"고 밝혔다.
◆…이강택 TBS 교통방송 대표 <사진=연합뉴스>
유선영 TBS 이사장은 "방송사 면허 재승인에 반영하기 위한 법정 제재를 다른 용도로 다시 제재에 반영하는 것은 이중 제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21일 TBS에 프로그램 법정 제재를 경영 평가에 활용, 성과급과 연동시킨다고 통보했다.
유 이사장은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뉴스공장'인데 이 때문에 전 직원 성과급을 깎겠다고 하면 TBS 시사프로그램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내부 조직을 와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