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소유 건물 ‘풀브라이트 장학생’ 숙소로 제공
국민 세금 투입되는 사업, 정부의 지도·감독 필요
◆…사진:한미교육위원단 홈페이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해 5월 전직 한미교육위원단 단장 A씨의 아들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패소 판결을 확인했다고 경향신문은 29일 보도했다. 앞서 2019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잇따라 기각됐고, 2심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한미교육위원단은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과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비영리단체로 최근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4인 가족 모두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특혜 논란이 일면서 위원단도 주목을 받고 있다.
15년간 한미교육위원단장을 지낸 A씨(84)는 미국 방위산업체 H사 대표 경력이 있는 아들 B씨를 2013년 아들인 사실을 숨긴 채 장학관으로 채용했다.
B씨는 2018년 6월에 차기 단장으로 내정됐다. 우연히 이들이 모자 관계를 알게 된 위원단의 한 이사가 이사회에 통보했다.
미국 국무부 예산이 투입되는 위원단은 관계기관에 친족 등용 금지 규정을 적용해 B씨의 차기 단장 선임을 취소했다.
한편 A씨는 2019년 차남 소유의 건물을 ‘풀브라이트 장학생’ 숙소로 제공해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위원단으로부터 받아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2019년 7월 직무가 정지됐다.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인 한 관계자는 “한미교육위원단 내부는 물론 유관 단체나 동문들 사이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졌지만 외교적인 문제로 커질 것을 우려했는지 다들 쉬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이날 전했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미교육위원단에 매년 39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013년부터 10년간 투입한 자금만 약 3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적지 않은 예산이 위원단에 지원되고 있지만 한미교육위원단은 한국인 장학금 수혜자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감사조차 받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미교육위원단을 지도·감독하는 부처가 아니고 운영 멤버 가운데 1명일 뿐"이라며 "장학생을 선정하는 위원단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존중해왔기 때문에 감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데일리안은 28일 보도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매년 사업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정부가 당연히 감사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