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민생대책, 주택 보유세 감면책 다수 담겨
작년 공시가 활용案 등…조 단위 감세될 듯
대책 따른 물가안정 0.1%?…체감 더 걸릴수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대책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1세대 1주택자의 올해 보유세에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 부담을 낮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사진 연합뉴스)
14년 만의 5%대 고물가가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가 30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내놨다. 물가급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고 판단, 생활·밥상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데 대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업 팔 비틀기'와 같은 물가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이 아닌 세금 감면을 통해서다.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단위의 세수(稅收)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그런데 대책엔 '민생안정을 위한 게 맞느냐'는 내용도 들어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올해 1주택 보유자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고자 재산·종합부동산세제를 손질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국민 중 극히 일부만 과세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세가 아닌 부자세로 불린다.
"서민 체감물가 어렵다"고 마련한 대책에 종부세 감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3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서민 체감물가·민생경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먹거리·생계비·주거' 3대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짰다고 했다.
주거 부분만 떼어내서 보면, 올해 1세대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조치로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공시가격이 급등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5%대 상승률을 기록하다 2021년에 19.05%, 올해에 17.22% 급등한 바 있다.
올해 1주택자 재산세는 2020년 수준으로 동결된다. 공시가격 10억5300만원짜리 주택 한 채를 보유했다면 올해 재산세로 256만원을 내야한다. 하지만 대책에 따라 205만원으로 깎인다. 주택 값이 비쌀수록 깎이는 세금의 양은 더 많다. 특히 1주택자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도 추가로 내려 세금 부담을 확 줄여준다. 공정가액 비율은 올해 100%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이 비율을 낮춰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비율을 95%로 동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가의 주택 보유자일수록 종부세 감세 정책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올해 보유세는 1조원(9700억원) 가까이 감소한다. 공정가액비율을 95%로 인하했을 땐, 종부세는 4000억원(3900억원) 가량 줄어든다. 예정처는 "세부담 완화 방안 중 공정가액비율 인하의 경우, 과거 공시가격 적용 방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위 과세표준 구간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게다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세금 경감이 세입자의 주거비(전·월세) 부담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보유세 부담 경감책이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에게 선별 집중되면서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시장의 양극화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세제·금융지원·보조금 퍼부어도…물가하락은 0.1%p뿐?
◆…정부는 이번 조치로 세수는 6000억원 감소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사진 연합뉴스)
종부세 감면이 서민 체감물가를 낮추는데 적절하느냐 여부를 떠나, 민생대책에 따른 실제 물가 하락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 더 큰 문제다.
주거 부분을 제외하면 생활·생계비 절감 대책엔 할당 관세를 통한 수입원가 인하, 병·캔 등 개별 포장된 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10%) 2023년까지 면제,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감면을 올해 말까지 연장, 학자금 대출 저금리 동결, 휴대폰 5G 중간요금제를 통한 통신비 절감 등이 주로 꼽힌다. 대부분 즉시 실행 가능한 단기 대책만 있다보니, 물가급등 장기화 대비엔 부족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6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대책 시행 시점부터 1년간 매월 소비자물가 0.1%포인트(P)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로 더 올라갈 전망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책 한 번으로 민생이 좋아졌다는 성과를 실감하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정책 반영까지 시차가 필요한 만큼,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시기는 2~3달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세를 없앤 밀이나 돼지고기 대부분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부터 무관세 수입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물가 하락 효과에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50년 초장기 정책 모기지를 도입하는 등 내 집 마련에 들어가는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최장 50년 만기의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8월 중 내놓는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의 최장 만기는 40년(청년·신혼부부 한정)이었다. 주담대 만기가 길어지면 매월 상환하는 원리금도 줄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에 도움이 될 것이란 구상이다. 예컨대 5억원 규모의 40년 만기 주담대(금리는 연 4.4%)를 빌렸다면 40년 만기 주담대는 월 상환액이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를 적용하면 206만원으로 준다.
하지만 만기가 늘어나면서 부담해야 하는 총 이자금액이 늘어나고, 초장기 대출이라는 점에서 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게다가 청년층과 신혼부부에만 쏠린 정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