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홍 심화, 정청래·박지원 쓴소리

정청래 "핵전쟁보다 말리기 어려운 싸움이 감정싸움, 이성적 토론 필요"

박지원 "노선투쟁 하라 했더니 인신공격 난무, 이런 싸움 그만… 여당 독주 견제해야"

김민웅 "이재명 중심이 돼 새로운 담론 만들어 가야" 조언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안팎에서 민주당의 내부 싸움보다는 냉정한 평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워서 침뱉기 하지 맙시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우리 모두의 부족이고, 우리 모두의 탓"이라며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재명에 대한 공격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10년 전 2012년, 문재인 대통령 대선 패배 직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국회의원직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라"라고 주장한 의원들이 있었다며 그때 자신이 나서서 "대선 패배가 문재인 후보 개인의 잘못이냐, 문재인 후보 개인이 책임질 일이냐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니냐, 우리가 부족해서 졌다면 우리 스스로, 남 탓하지 말고, 우리 탓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한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후로 문재인을 흔들던 사람들은 끝내 탈당하고 딴살림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당시  문재인을 공격하면 안 되었듯이,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에 상처를 내고 공격하면 안된다"며 "민주당에 득될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쪽 사람들만 이익이고 좋아할 일"이라며 "이재명 흔들기를 하면 안된다. 이재명을 찍었던 국민들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의원은 "누구 때문에 졌다고 남탓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우리 모두의 부족이고, 우리 모두의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집안싸움은 안방에서 하자"며 "집안싸움은 할 수밖에 없지만, 안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해야될 일이 있다며 혁신, 개혁, 쇄신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모두 잘못된 것을 고치자는 뜻"이라고 소개하면서 "혁신위를 만들든, 개혁위를 만들든, 쇄신위를 만들든 빨리 만들어서, 거기서 감정싸움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스템을 갖춰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평가하자"고 호소했다.

정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가장 먼저 결정할 일은 일정발표라며 "비대위 구성은 언제 어떻게 할거고, 전당대회는 언제하고, 혁신위는 언제 띄우고 등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핵전쟁보다 더 말리기 어려운 싸움이 감정싸움"이라며 "감정에 휩쓸리다 보면 모든 이성적 논의가 마비되고, 서로 각자의 사익적 주장만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화났을 때는 결정하지 말자. 서로의 감정싸움 없이 이성적으로 하려면 우리의 감정을 톤다운(tone down), 캄다운(calm down) 해야 한다"며 "그런 후에 이성적으로 토론하자"고 마무리했다.

선거 직후 이재명 후보의 비판에 가세했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내홍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박 전 원장은 요즘 민주당 집안 사정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떠오른다"고 꼬집으며 "2연패했으니 노선투쟁 등 피터지게 싸우라 했지만, 그 싸움이 민생 및 개혁 방향타는 실종되고 인신공격만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태풍은 강하지만 오래가지는 않는다"며 "국민이 납득하는 싸움을 해야지 너죽고 나살자 한다면 3연패가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싸움을 하라"고 조언하면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처럼, 총구를 앞으로 돌리고,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경제 특히 물가대책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야당답게 싸울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내홍에 대한 비판은 민주당 밖에서도 쓴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김민웅 목사는 5일 페이스북에 "지선 이후 민주당 내홍(內訌)이 장난이 아니"라며 "무엇보다도 이재명을 희생제물로 제단에 올리겠다는 논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적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통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라 망해도 자신들의 권력은 나름 보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작자들"이라고 직격했다.

김 목사는 "민주당은 전체적으로 볼 때 개혁과 민생 사이에서 헤맸고 검찰개혁의 정치적 의미를 현실에서 관철하는 힘과 능력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이 민주당에 대한 신뢰저하의 근본원인이며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더 말할 기운조차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 이재명을 향한 칼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며 "언론이 가세한 지금같은 이재명 공격은 그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8월 전당대회 이전에 이재명에 대한 사법처리 예열과정이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인카드 관련 압색은 그 분명한 징후"라고 짚었다.

그는 "여론과 당내논의 지형에서 이재명 보호막을 해체하고 그런 틈을 노려 이후의 공세가 시작되면 민주당은 구심점 상실과 함께 지독한 내전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목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건희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특검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미 지난 4월 국회청원을 통해 특검 요구가 있었고 얼마 전 '전환행동'이 특검 요구를 민주당에 정식 제출한 바 있다. 지금 민주당이 이걸 할 상황인지는 미덥지 않으나 이걸 반드시 해야 한다. 일치단결해서 이 문제를 정조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은 조국, 추미애에 이어 이제 이재명까지 형틀에 묶어 자멸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개혁시민들과 지지층의 강화를 만들어 새로운 싸움의 틀과 실력을 발휘해나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재명이 오늘의 시대적 고통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개혁과 민생의 전초기지를 다시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고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선에서 불가피했던 중도층 끌어안기의 전술적 통합행보를 뛰어넘어 이 시대를 정면돌파할 수 있는 기세와 전략, 그리고 전망을 세우는 일을 민주당이 대논쟁의 주제로 삼아 한바탕 치열한 백가쟁명의 시간을 통과하도록 해보라"고 조언하면서 "피를 흘릴 것이며 사상자가 생길 것이며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개적인 논쟁을 통해 새로운 담론이 태어날 것이라며 "누가 이 시대의 담론을 주도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의한,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체제 위기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문제가 되고 있는 판"이라고 짚었다.

김 목사는 혁신비대위에 시민비대위 구성을 꼭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재명의 당선, 김동연의 당선은 수도권 주요거점이 마련된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싸움을 제대로 해야하며,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도록 해야한다며 지형이 불리하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내홍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이낙연계 의원들의 이재명에 대한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당대표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 차원도 있다는 평가다.

차기 당권을 놓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재명과 기존의 이낙연을 중심으로 한 구 당권파의 치열한 싸움이 민주당의 내홍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