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기업 투자펀드 'BDC', 개미에게 좋은 점은?

한국거래소 상장...ETF처럼 매매
유망 비상장기업에 분산투자
공모펀드 수준의 투자자 보호장치 적용
증권사, 비상장기업 리서치 강화에 ‘분주’

기업성장펀드는 벤처·혁신기업에 최소 5년 이상 집중 투자해 기업이 장기적·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는 펀드다. 환매금지형(폐쇄형) 펀드지만 90일 내 상장이 의무화돼 투자자는 한국거래소에서 증권을 매도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기업성장펀드는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의 코스닥·코넥스 기업도 일부 포함할 수 있으나 비상장기업 투자를 메인으로 한다. 그동안 개인투자자가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려면 금융투자협회의 K-OTC나 서울거래 비상장,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중개플랫폼을 이용해야 했다.

기업성장펀드의 등장으로 개별주식이 아닌 비상장기업 여러 곳에 분산투자도 할 수 있게 됐다. 기업성장펀드가 한국거래소에 상장되면 기존에 이용하던 MTS·HTS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하듯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다.

기업성장펀드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장점을 융합했다. 사모펀드처럼 유연한 운용전략을 활용하되 공모펀드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된다.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국채·통안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고 정기·수시공시나 자산운용 보고서 제출 등이 의무화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장주식보다 상대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데 BDC는 상장을 의무화한 펀드”라며 “공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무조건 다 적용받는 만큼 그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비상장기업 분석능력, 벤처투자 노하우 ‘관건’
 
개인의 비상장기업 직접투자 수요를 ‘펀드’라는 간접투자로 전환한 점도 특징이다. 기업성장펀드를 설정할 수 있는 인가대상은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탈(VC) 등이다. 금융당국은 운용 주체가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제는 두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의 비상장기업 ‘옥석 가리기’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비상장기업 리서치를 선제적으로 강화한 증권사들이 기업성장펀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지 주목된다.

KB증권은 지난해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하고 무신사, 야놀자 등 유망 비상장기업을 분석한 ‘케비어(케이비 비상장 어벤저스)’를 발간하고 있다. 유승창 리서치센터장은 “상장기업 분석에서 쌓은 역량을 활용해 성장성이 높은 비상장기업을 발굴하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비상장벤처팀을 신설하고 카사코리아 등 벤처기업을 분석한 ‘유니콘을 찾아서’ 리포트를 제공 중이다. 이밖에도 한국투자증권의 ‘V시리즈’, NH투자증권의 ‘비상장회담’, DB금융투자의 ‘투자의 시대, 비상장기업’ 등 비상장기업 분석보고서가 있다. 키움증권도 최근 바이오벤처 로스비보를 시작으로 비상장기업 분석에 뛰어들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이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경우엔 종목선정이나 투자판단을 직접 해야 하는데 비상장기업에 대한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BDC는 벤처투자를 해본 운용 주체들의 노하우를 활용해 분산투자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험자본(벤처투자) 육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반 투자자의 투자를 제한했던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된 이후 불완전판매 이슈가 발생한 것처럼 위험 투자 문턱을 낮추는 데 대한 위험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6개월 후 시행된다”며 “시행령 등 하위법규 개정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추가 검토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