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빈니차 마을의 탄약 저장고가 폭발해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 로이터>
우크라이나와 영국 정부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점령을 위한 작전 수행 과정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구형 무기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108일째를 맞는 11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은 장기간의 전투로 양측의 전쟁 물자가 고갈되면서 러시아가 구형 대량 살상 무기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러시아 폭격기들이 1960년대 시대의 무거운 대함정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미사일은 Kh-22로 원래 핵탄두를 탑재해서 항공모함을 파괴하도록 설계됐다. 영국 국방부는 재래식 탄두를 지상 공격에 사용할 경우 조준이 매우 부정확해 대규모 사상자와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석탄광과 공장이 집결해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격전을 계속 이어가면서 막대한 양의 무기와 전력(戰力)이 소모돼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최근 신형 미사일 부족으로 구형 6.1톤짜리 대항공모함 미사일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해당 미사일이 배치된 위치와 정확한 사용처에 대한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도 현재 탄약과 포의 부족으로 전장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포 10~15문에 우리는 고작 대포는 1문으로 대응한다"며 "서방이 우리에게 지원한 무기가 러시아 무기 양의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군이 하루에 약 5000~6000발의 포탄을 쓰고 있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기존 포탄이 거의 다 소진돼 나토 표준 155mm 탄을 쓰고 있다는 그는 "유럽도 탄이 떨어지면서 지원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또 구소련 규격으로 제작된 우크라이나 무기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사용하는 무기의 규격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무기 지원도 호소했다.
한편,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개전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장악력을 공고히 하려는 욕심 때문에 인류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모든 규칙과 법을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최근 아시아 방문기간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강대국이 평화로운 이웃 나라가 누려야 할 권리보다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탐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때 일어나는 일"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상황은 전 세계의 누구도 원하지 않는 혼란과 무질서의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