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015년 12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실)에서 체첸의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충성파로 알려진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지도자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15년간 체첸의 지도자였고, 오래 머무르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영상 메시지를 올려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체첸에는 ‘아무리 존경하고 오래 기다린 손님도 때에 맞춰 떠나야 더 좋아한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쫓아내기 전에 스스로 내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카디로프는 체첸공화국의 친러 독재자다. 2004년 피살된 아흐마트 카디로프 초대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아들인 카디로프는 2007년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체첸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카디로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와일드카드(비장의 카드)로 악명 높은 체첸군을 파병해 전면에 배치하고 자신도 참전하는 등 러시아군의 사기를 북돋운 인물이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카디로프의 갑작스런 사퇴가 푸틴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새뮤얼 라미니 RUSI 연구원은 “며칠 전에 카디로프가 체첸군이 유럽 전역으로 진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던 발언과 비교하면 급진적인 변화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에스토니아 타르투 대학의 분석가 이반 클리시치는 “카디로프가 과거에도 유사한 말을 했다”며 “그가 푸틴으로부터 무언가 얻고 싶을 때 전형적으로 하는 말”이라며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카디로프의 사임 가능성에 대해 보고받았지만 사임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그는 체첸 공화국 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