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주의 아이콘' 수로비킨,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에 임명
러시아군 잇따른 패전 소식에 군 지휘부에 대한 비판 쏟아져
'푸틴의 성지'로 불리는 크림대교 폭발로 굴욕적 타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사령관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가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가 대대적 반격에 나서면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전쟁을 지휘하는 합동군 총사령관을 교체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FP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이끄는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전임 총사령관은 체첸전쟁 등에 참전한 알렉산드로 드보르니코프 장군이었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이달 초에 우크라이나 5개 지역군 중 2개 지역군 사령관을 교체한 바 있다. 총사령관 교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 반격을 통해 영토 회복에 나서면서 러시아가 전세에 불리해진 상황에 처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수로비킨 신임 총사령관은 러시아 동부군 사령관과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시리아 파견부대를 이끈 공로로 러시아 영웅 칭호를 받은 그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 남부군 사령관을 맡아 왔다. '국수주의 아이콘'인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려 두 차례 감옥에 갔으며 시리아 내전에선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재래식 폭탄을 퍼부어 전쟁범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연이어 러시아군이 패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는 군 지휘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은 군대 족벌주의를 비판하며 "해당 지역 군 지휘부를 이등병으로 강등하고 최전방으로 보내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이번 합동군 총사령관 교체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 폭발이 발생하면서 러시아가 굴욕적인 타격을 입은 당일에 이뤄졌다.
◆…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크림대교를 찍은 위성사진 사진:로이터통신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건설한 다리로 '푸틴의 성지'로 불리면서 푸틴 대통령이 크림대교의 개통식을 주재할 정도로 정치적 산물로 이용해왔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의 핵심 보급로인 크림대교의 파괴로 당분간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전선에서 교전 중인 러시아 군 보급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폭발 사고에 대한 연관이 있는 지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사건 직후 SNS에 "이번 사건은 시작"이라는 글을 올렸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2월 러시아 측의 침공을 받은 이래 이 다리를 파괴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은 케르치 해협을 건너는 교통 수단, 크라스노다르 지역과 크림반도를 잇는 가스관 등에 보안 강화령을 내렸다.
NYT는 크림대교가 파괴된 것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제때 방어하지 못한 러시아 군대의 혼돈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