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비축량 점점 바닥...전략 수행 한계
"이란·북한 무기 대금 지불하기 위해 현금 필요"
"군사적·정치적 승리 불가능...최악의 불리한 상황"
"혁명적인 상황...다른 리더십, 다른 전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에 고전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강경파들을 달래기위해 우크라이나 도시에 무차별 공습을 퍼부었지만 러시아 내부 지도층사이에서 전쟁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일부 고위 당국자들과 기업가들은 정치·경제적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군사력 증강' 오판이 전장 상황을 악화시킨 것에 대한 비판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스크바의 한 기업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전장에는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미사일 공격이 그런 압박을 해소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크림대교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14개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이후에도 주요 도시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차량들이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 기업가는 "이번 공격으로 겨울을 앞두고 있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파괴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미사일로 이런 폭격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 고위 관리는 "현재 미사일이 생산되고 있지만 비축량은 점점 바닥이 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누구도 현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며 "군사적이든 정치적이든 승리는 이제 불가능하다. 현 상황은 체스의 '추크츠방(zugzwang·말을 불리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처럼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의 기업인은 "최근 러시아에서 발령된 강제 동원령이 푸틴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징집된 예비군들이 시신으로 돌아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몇 달 안에 러시아에서는 매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며 "사회 분위기는 악화하고 있다. 모든 것은 전장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 사진:로이터통신
앞서 지난 9월에 푸틴 대통령은 예비군 동원령을 발동시켰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 전역에 반전 시위를 촉발시켰다. 또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수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국외로 빠져나갔다.
미국으로 망명한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푸틴이 남아 있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제 민간시설을 타격하는 것 말고는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택만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계속된다면 푸틴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고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전술 핵무기 감행에 대해선 모스크바의 기업가는 "푸틴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왜냐하면 푸틴 대통령에게 남는 카드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모스크바의 기업가들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 문제를 지적했다. 그들은 "기업들이 전쟁으로 어렵다. 모두가 투자계획을 동결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두가 좌절하고 있다. 분위기가 매우 나쁘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 제재가 앞으로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세르게이 구리예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장은 "푸틴 대통령은 이란과 북한에 무기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며 "12월이면 완전히 새로운 현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푸틴이 집권하면서 금기시돼 오던 정권교체에 대해 거론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모스크바의 고위 당국자는 "혁명적인 상황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상황에 대해 "다른 리더십, 다른 전쟁"이라고 설명하고 "매파는 강한 행동을 원하지만 비둘기파는 아예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체제의 변화 시기가 무르익고 있다"면서도 "그게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