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최소 88만명 감염, 사망 360명
예년보다 약 6주 일찍 독감 환자 발생
우세종 A형(H3N2)바이러스, 합병증 유발
◆…독감 예방주사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내 독감 확진자가 예년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 2009년 대유행을 넘어서는 최악의 상황마저 우려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가을 들어 최소 88만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6900명이 입원했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360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미국 내 독감 감염은 매년 10월쯤 시작돼 12월~이듬해 2월까지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약 6주 일찍 독감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독감 등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RSV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어린이 환자도 크게 증가했다.
비영리 의료단체인 전국감염병재단(NFID) 소속이자 밴더빌트대 교수인 윌리엄 섀프너는 "데이터가 불길하다"며 "13년만에 최악의 독감 시즌이 시작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남부와 남동부 중심으로 독감 환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서양 연안으로 확산해가는 추세다. CDC는 이달 8일 기준 독감 검사 양성 비중이 미국 일부 남동부 지역에선 10%, 중남부 지역에선 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9월 말부터 독감이 퍼지기 시작한 텍사스주의 휴스턴 감리교 병원에서는 1주일 전 561명에 불과했던 독감 환자가 지난 20일에는 975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텍사스를 비롯해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메릴랜드, 미시시피, 뉴저지,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주에서도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WP는 현재 미국 내에서 독감 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인 A형(H3N2) 바이러스가 노인과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섀프너 교수는 "독감에서 회복되더라도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이 4∼6주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중장년 환자의 경우 심장마비 및 뇌졸중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2년여간 시행했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이 완화된데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독감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DC 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독감 백신이 1억2800만 회분 접종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억3900만 회분, 2020년 1억5400만 회분보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휴스턴 감리교 병원의 감염병 부문 책임자인 세사르 아리아스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독감 백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독감을 예방하려면 주사를 맞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DC는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백신 효과가 나타나며 6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10월 말까지는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