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11건 중 4건만 현장 출동...나머지 전화상담후 종결 처리
신고자들 ‘압사’ 언급만 9차례... 경찰 현장 통제 호소
민주당 "예견된 사고...위험 신고에도 경찰 조치 없어"
◆…경찰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22.10.30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29일 오후 6시30분경부터 긴급한 상황을 알리며 경찰 통제를 요청한 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이중 4건에 대해서만 현장 출동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1일 참사 당일 긴급신고 112에 접수된 신고 11건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가장 먼저 접수된 위험 신고는 오후 6시34분쯤이었다. 신고자는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들어가는 길”이라며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다.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할 거 같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에 경찰이 “큰 사고가 날 거 같다는 거죠”라고 되묻자 신고자는 “네, 지금 너무 소름끼친다. 아무도 통제를 안 한다”고 재차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녹취록에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지고 지금 좀 큰일날 것 같다. 너무 위험하다” "사람들이 거의 압사당하고 있다. 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 장난전화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금 여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다. 여기 와서 통제하셔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다 압사당할 것 같다" 등 긴급한 상황을 전하면서 경찰의 현장 통제를 요청했다.
마지막 신고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여기 압사될 것 같다. 다들 난리다”며 경찰 통제를 호소했다.
경찰은 참사 당일 신고된 11건 중 4건에 대해서만 현장에 출동하고 나머지는 전화상담 후 종결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11.1 사진: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이태원 참사 브리핑에서 "저녁 6시께 현장 불편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6시만 해도 어느 정도 불편한 정도의 운집도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과는 달리 첫 신고자는 “압사당할 것 같다. 너무 소름끼친다”며 경찰 통제를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신고자들 역시 '압사'라는 단어를 계속 언급하며 심각한 상황을 경찰에게 전달했다.
압사 사고 발생 3시간 40분전부터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불편한 정도의 운집이라고 안일하게 대응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녹취록이 공개된 후 기자들과 만나 "일찌감치 예견된 사고였고, 그렇게 빗발치는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그 누구든지간에 그 계통에 있는 분들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