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에 그려진 안전 도면...실제 갱도와 맞지 않아
구조당국 "인근에 지하수 발견돼 생존 가능성 높아"
규제가 전반적으로 허술해 빠져나갈 구멍 많아
사고 발생 14시간 후 119신고...초기에 위치 파악 기회 놓쳐
사고 은폐 외 불법 폐기물 매립 등 다른 위법 사항 의혹 제기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10일째인 4일 오전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시추기 옆에서 굴삭기 작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2022.11.4 사진:연합뉴스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광부 2명이 고립된지 열흘째지만 아직도 이들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조 당국은 4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통해 "오전 8시 기준 상단 갱도에서 암석 제거 작업을 모두 완료해 광차가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오늘 오전 2시부터 막혀 있는 부분(30m 추정)에 대한 셔블(굴착용 토공 기계) 작업을 통해 3m를 더 진입했다"고 밝혔다.
갱도에 고립된 작업자 2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까지 남은 거리는 27m다. 구조당국은 구조 진입로 확보를 위해 광산구조대를 투입하고 있지만 거대한 암석으로 막혀 있어 작업 속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광부들의 생존확인을 위한 시추공 작업도 세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총 11대의 천공기가 투입돼 고립된 광부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구멍을 뚫고 있다. 이중 3,4,6호 천공기 3대가 목표지점에 도달해 음향탐지 장치로 생존 신호를 확인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으로 탐지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봉화군 재산면 아연 광산 갱도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조장 박씨와 광부 박씨(56·보조작업자)가 고립돼 있다. 제1수갱(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 갱도에 900여t의 토사가 쏟아지면서 작업자들이 갱도에 갇혔다.
황두영 작가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원인을 광산업체 측이 광산에 매립한 슬러지(광물에서 아연을 빼낸 폐기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평소에도 슬러지가 갱도로 쏟아질 것 같아서 작업자들은 작업을 할 때 매우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황 작가는 반면에 "업체 측은 갱도에 쏟아진 건 절대로 슬러지는 아닌데 토사가 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그는 "단서로 추측해보면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가 업체에 기존에 실시한 갱내 충전 작업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공문을 이미 보냈다고 했다. 충전 작업은 슬러지를 폐갱도에 다시 집어넣는 걸 말한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말처럼 사고의 우려도 있다는 것을 안전사무소가 이미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사무소는 공문에서 충전 작업을 중지하고 접근을 통제하라고 명령했는데 업체가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지는 좀 더 수사를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업체가 사고 발생 후 14시간이 지나서야 119 신고를 하고 가족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구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고 초기에 위치를 파악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은폐 외에도 불법 폐기물 매립 등 다른 위법 사항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당국은 지하 170m 위치의 실종자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된 네 곳에 구멍을 뚫는 시추 작업을 두 차례 했지만 실종자들을 찾는 데 실패했다"면서 "이유는 안전 도면이 22년 전에 그려진 것이라 실제 갱도와 맞지 않아서다"고 구조 실패 원인을 설명했다.
실제로 시추작업을 진행하면서 막혔을 것이라고 예상한 지점은 뚫려 있었고 뚫려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은 오히려 폐쇄되어 있었다고 구조당국은 전했다.
업체의 중대재해법 적용과 관련해선 "실종자들이 건강하게 구조가 되면 중대재해법 적용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광산안전법도 적용을 해볼 수 있는데 문제는 광업 노동자가 줄면서 규제가 전반적으로 좀 허술해져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일 사고 현장을 찾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여부에 앞서 구조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조속한 매몰자 구조를 당부한 바 있다.
그는 "구조 당국은 막혀 있을 줄 알았는데 뚫려 있던 길을 찾아 실종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에서 직선거리로 30m까지는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인근에 지하수도 발견돼서 생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