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에 고수익 현혹해 수수료 요구
금감원 감사·세금 핑계로 출금 거부
신고업체인지 확인해야... 수익보장 계약은 무효
◆…홍콩증권거래소 사칭 주식리딩방. 독자 제공
“지금 생각해보면 사기가 맞는데 그때는 눈에 뭐가 씌었던 것 같아요.”
최근 퇴직한 윤모씨는 낯선 문자를 받고 오픈채팅방에 입장했다. 크루드오일(원유) 해외선물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채팅방을 며칠 지켜보니 투자자들이 수익을 인증하며 관리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관리자가 해외선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기에 윤씨는 1:1 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관리자는 윤씨에게 ‘부담 갖지 말고 한번 해보라’며 모의투자금을 줬다. 주식시장이 안 좋으니 보유 주식을 정리해 ‘홍콩증권거래소(HKEX) 서울지점’에 넣으면 손실금을 지원해주겠다고도 했다. 원금보장은 물론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벌 수 있다며 개인 리딩을 제안했다.
윤씨는 주식을 손절한 돈과 퇴직금을 HKEX에 입금했다. ‘원금보장을 꼭 해달라’는 윤씨의 말에 관리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하루에 500만원 이상 수익이 났다. HKEX 사이트에서 윤씨의 이름 옆에는 1억원이 넘는 액수가 적혀있었다. 윤씨는 리딩이 끝나는 한달 뒤 한꺼번에 출금할 생각에 들떴다.
관리자는 수익에 대한 수수료 20%를 요구했다. 윤씨가 ‘만기 때 수수료를 제하고 돌려주면 되지 않냐’며 난색을 보이자 관리자는 ‘금융감독원에서 감사를 나오는데 수익금이 크다 보면 세금 문제가 복잡하다’며 현금 입금을 요구했다. 결국 윤씨는 수수료를 수차례 입금했다.
리딩이 끝날 무렵 윤씨는 ‘돈을 찾고 싶다’고 연락했지만 관리자는 금감원 감사를 이유로 거부했다. ‘수익금은 필요 없다, 원금이라도 달라’는 윤씨의 호소에 관리자는 하루 출금 한도라며 500만원만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윤씨는 오픈채팅방에서 쫓겨났다. HKEX 사이트도 사라졌다.
최근 윤씨처럼 가짜 해외거래소에 속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관리자는 실제 홍콩증권거래소와 비슷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울지점인 양 화면을 꾸몄다. 오픈채팅방에서는 소위 ‘바람잡이’들이 가짜로 수익 인증을 올렸다. 그러나 홍콩증권거래소의 서울지점은 없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의 ‘2022년 금융사기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금융사기에 노출된 사람은 48%에 달했다. 금융사기 유형으로는 주식리딩방을 통해 접근하는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이 24.5%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은 3442건으로 전년의 2배 수준이다.
주식리딩방에서 1:1 리딩 계약을 맺기 전에 해당 업체가 금감원에 신고된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 홈페이지에서 제도권금융회사 조회,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현황을 볼 수 있다.
리딩 서비스 해지나 환불 관련한 피해는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하면 된다. 다만 손실보전이나 수익보장 약정은 보호받을 수 없다. 자본시장법상 불법 계약이므로 민사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사기는 사기범들이 투자자의 수익 욕심을 이용하는 범죄로, 과도한 수익률 욕심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세상에 위험 없이 큰 수익을 주는 상품은 없고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그만큼 투자위험도 커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