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 에너지보다 산출 에너지 많은 ‘순에너지'생산 성공
원전의 핵분열 방식, 방사선 방출로 안전성 문제 제기
핵융합 기술,핵분열보다 약 4배 더 많은 에너지 생산 가능
핵융합 상용화 가려면 과학·기술·재정적 장애물 넘어야
◆…연구진들이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방 연구 시설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순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핵융합 발전은 기후변화 문제와 충분한 에너지원 공급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차세대 청정 에너지로 꼽힌다. 다만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막대한 자금 투자외에도 넘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AP·CNN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국립점화시설 연구팀이 지난 5일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산출된 에너지가 19% 더 많은 ‘순수 에너지(net energy gain)’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융합에 의한 전력 생산 획기적 돌파구 마련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장관 사진:로이터통신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핵융합에 의한 전력 생산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복잡하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LLNL 프로젝트 책임자 마크 허먼은 14일 CNBC에 "실험에 사용된 레이저를 가동하는데 약 300메가줄의 에너지가 필요했다"며 "우리는 레이저에 2.05메가줄을 투입했고 그 결과 3.15메가줄을 얻었다. 지금까지 어느 핵융합 실험실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LLNL 수석 과학자인 오마르 A 허리케인은 "이 실험은 실용적 성과가 아니라 과학적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레이저가 효율적으로 설계되지 않아서 에너지 양을 따지는 게 중요치않다"며 "'관성 가둠 핵융합' 방식을 이용한 핵융합 발전에 도달하려면 수많은 단계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험이 이뤄졌던 점화시설은 20년이 된 데다 1980~90년대에 만들어진 부품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라는 CNBC의 설명이다.
◆핵폐기물이나 탄소 배출 없어 '꿈의 에너지'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이용되는 핵분열은 우라늄의 원자핵을 외부 충돌로 분열함으로써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일련의 분열과정을 거치면서 방사선이나 방사선폐기물을 방출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반면 핵융합은 두 개 이상의 원자가 더 큰 원자로 융합될 때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핵융합에는 주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사용되며 핵폐기물이나 탄소 배출이 없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다. 다만 삼중수소는 분리가 어려워 매우 비싸게 거래된다. CNN은 삼중수소를 첨가한 물 한잔의 중수소로 각 가정에 1년 동안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연구진들은 리프트를 이용해 검사 및 유지보수를 했다. 사진:로이터통신
LLNL 수석 에너지 기술자였던 훌리오 프리드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에서 발견되는 무한자원 중 하나인 수소는 지구의 물에서도 존재하는 무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와 같아 ‘인공태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태양의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핵이 다른 수소 원자핵과 결합해 헬륨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발생하는 빛과 열에너지가 지구에 전달된다.
지구에서는 태양 중심부보다 7배 이상 높은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 상태를 유지해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를 위해서는 핵융합로에 장시간 안정적으로 가두어야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레이저 발사로 플라스마 상태 만들어 에너지 생산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가 금속 캡슐 내부를 향해 발사 사진:로이터통신
NIF 연구팀은 기존 방식 대신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 발사를 통해 금속 캡슐 내부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고밀도·초고온 상태로 만드는 ‘관성 가둠 핵융합'방식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1.1MJ의 순수 에너지가 발생한 셈이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관성융합연구센터 공동 책임자인 제레미 치텐덴은 "이번에 생성된 에너지는 주전자 두세 번의 물을 끓일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열량"이라며 "발전소를 돌리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외선 레이저 발사를 통해 금속 캡슐 내부에 고밀도·초고온 플라즈마 생성 사진:로이터통신
핵융합 기술을 통해 순수 에너지 생산에 성공한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에서도 고온 핵융합 플라즈마를 30초 동안 1억도 이상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운전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순에너지 생산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 많아
과학자들은 이번 성과가 핵융합 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에 초석을 마련했지만 상용화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킴 버딜 LLNL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금속 캡슐 1개를 점화했지만, 상업적으로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1분 이내에 더 많은 점화가 발생해야 한다"며 "핵융합발전 상용화에 5~60년까지 걸리지는 않겠지만 넘어야 할 과학·기술·재정적 장애물이 많다"고 설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소속 핵에너지 전문가 토니 롤스톤은 로이터통신에서 "레이저 발사에 공급된 에너지의 2배는 얻어야 한다. 열이 전기로 변화될 때 에너지를 잃기 때문에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과를 과학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유용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포커스에너지의 과학이사인 프라베스 파텔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핵융합을 상용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가속화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면 최대 100배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