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금투세 시행 연기…'코인 과세'도 2년 미룰 듯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선 "과세 시스템 미흡" 주장
과세시기 계속 연기땐 "조세정책 신뢰 저하" 우려도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가 2025년까지 2년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시세 전광판.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오후 6시에 본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현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앞서 전날(22일) 여야 원내대표는 금투세 시행을 2년 연기하는 안(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 6개 항목)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가상자산 양도·대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2023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소득세율 20%(지방소득세 포함시 22%)가 부과되는 구조다.
사실 가상자산은 '투자자산'으로서 성격이 짙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설립된 이후부터 주식처럼 경쟁 매매 방식으로 거래·유통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형평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주식(금투세)과 동일하게 2025년부터 과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있다. 여야 간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련 법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부분에 더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미흡하단 점도 문제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세법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①가상자산 전반을 규율하는 법률은 아직 제정되어 있지 않고 ②거래소에 대한 의무부과나 정보비대칭 완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과세부터 하는 것은 가상자산 투자자들 반발·납세순응성 저하를 야기할 수 있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했다.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 "과세 전, 인프라 구축 먼저"
가상자산 업계도 '과세 유예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 DAXA)'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는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따라 신고 수리를 마치고 법 제도에 편입된 지 고작 1년여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세 인프라 구축은커녕, 개정된 특금법에 따라 새로이 부담하게 된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을 준비하고 실행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확한 취득가 산정을 위한 통합 DB 시스템이 미비한 점을 문제삼았다. 가상자산을 매각한 뒤 취득가격을 뺀 차익에 세금이 부과됨에도 취득가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닥사는 또 "소액주주 상장주식의 경우 과세 논의에서 시행에 이르기까지 17년여의 과세 논의 기간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 정도 기간에 이르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서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좀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2022년→2023년→2025년?…"과세 계속 미루면 신뢰도 저하"
지난해 가상자산 과세 시점은 1년 미루어진 바 있다(2022→2023년). '시스템 정비 및 투자자 보호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바꿔 말하면 1년의 유예기간 동안 과세에 필요한 시스템 준비에 소홀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기재위 전문위원실 보고서엔 '과세시기의 계속적인 연기는 과세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불법적인 소득(뇌물 등)에 대해서도 과세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법 체계를 감안할 때, 가상자산소득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논란거리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에선 이미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과세제가 가상자산의 ‘투기적 성격’을 억누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유통 가상자산의 평균 최대 하락 폭은 무려 73%에 달한다.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가상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져 그 기대수익률이 감소하는 경우 단기수익을 목표로 한 투기적 성격의 자본 유입이 억제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