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도 막막하지만...증권사 CEO "리스크 관리하고 수익원 다각화할 것"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들은 2일 신년사를 통해 '고객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 기존 사업을 성장시키면서도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수익원 다각화'에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고객에게 우리는 '필요한 사람'인지 자문하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고객중심'의 경영철학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정영채 대표는 "고객에게 우리는 '필요한 사람'인가, '쓸모있는 플랫폼'인가를 진지하게 자문(自問)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항상 고객에 대한 전문성과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최신의 것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가려진 수요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당부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역시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 중요한 건 고객 중심 사고와 공감"이라며 "고객의 최접점에 있는 영업점은 항상 고객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원부서는 현장의 의견을 잘 반영해 고객 감동을 만들어내자"고 주문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 자산관리(WM), 퇴직연금 사업그룹을 통합해 1000명 이상 소속된 '개인고객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개인고객그룹은 '고객중심' 관점에서 은행과의 시너지를 높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지속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는 가장 중요한 '식재료'...'좋은 식탁'을 차리는 게 증권사 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취임 이래 단 한번도 리스크 관리를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혹시 '리스크 관리'가 익숙해서 타성에 젖어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리스크 관리 역량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는 "리스크를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구조화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라며 "리스크가 금융투자업의 가장 중요한 '식재료'임을 알고 이를 이용해 '좋은 식탁'을 차리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라는 걸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도 '더욱 엄정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김원규 대표는 "칭기즈칸의 책사였던 야율초재는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해로운 일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며 "기존 투자를 꼼꼼히 재점검해 변화된 시장에 맞는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예리한 통찰력과 신중한 실행력으로 신규 투자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리스크 관리와 원칙 준수는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근본"이라면서도 "이는 퀀텀점프를 하기 위함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항구에만 머물러있으면 배의 기능을 활용할 수 없다"며 도전을 강조했다.

"IT 뼈대에 '디지털' 살 붙이고...'데이터' 피가 막힘없이 흘러야"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IT, DT 본부를 통합하고 데이터담당을 신설했다. 정일문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조직 전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계의 완성이라 생각한다"며 "IT라는 뼈대에 디지털이라는 살을 붙이고 데이터라는 피가 조직 내부를 막힘없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원규 대표도 "이베스트는 '디지털'에 대한 DNA가 있는 회사"라며 "디지털 사업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장 영향 최소화하도록 수익원 다각화해야...글로벌 확장이 핵심"

서병기 대표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고 수익 다변화를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사업 기회 선점을 위해 디지털 역량을 지속 강화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해 미래 성장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는 "사업부문별 성장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 기반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시장의 흐름을 읽고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인사이트와 최적의 투자솔루션을 제공하는 역량은 핀테크 기반 금융사와의 차별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홍원식 대표는 "그동안 부족했던 새로운 수익원 및 IT,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자 기존에 계획했던 투자는 더욱 면밀히 분석해 효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 동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룡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이어룡 회장은 "모든 걸 다 잘하겠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환경에 맞게 최고의 성과를 만들겠다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해"라며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상황이 바뀌면 다른 기회를 포착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은 "지금의 금융투자업은 안 보였던 기회 영역을 발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숨겨진 기회를 남들보다 빨리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주력하자"고 당부했다.

정일문 대표는 "증권업은 시장 영향을 전혀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익원을 지속 다각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사업의 확장이야말로 사업 다각화의 핵심이란 점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현만 회장도 "우리가 '금융을 수출해 국부를 창출한다'는 전략 하에 글로벌 비즈니스와 우량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것처럼, 기존의 고정관념과 틀에서 벗어나 유니크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