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조문 시작…첫날 6만5000명 방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선종한 지 이틀 만에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져 이날 오전 9시부터 일반에 공개됐으며, 이날만 6만 명 이상의 조문객이 몰리며 뜨거운 추모 열기를 보였다.

동트기 전부터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조문 시작 전부터 타원형의 성 베드로 광장 한 바퀴를 다 두를 정도로 대기 줄은 길게 이어졌다. 교황청은 이날 오후 7시 첫날 조문 일정을 마무리한 뒤 약 6만5000명이 넘는 인파가 그를 조문하기 위해 몰렸다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지난달 31일 바티칸시국 내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수도원에서 95세로 선종했다. 관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머리에 모관을 쓰고, 붉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전통적인 교황 제의를 입었다. 깍지 낀 손에는 묵주가 감겼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새벽 '교황의 신사들'로 불리는 교황의 수행원 10명이 흰색 장갑을 끼고 이 수도원에 안치된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운구차에 실어 성 베드로 대성전을 향해 출발했다. 시신은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제대 앞으로 옮겨졌고 대성전 대사제인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시신에 성수를 뿌린 뒤 분향했다.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일반 조문객보다 먼저 방문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안식을 기원했다.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1977년 뮌헨 대주교에 올랐으며, 4개월 뒤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즉위 8년 만인 지난 2013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 그는 낙태·동성애·콘돔 사용·혼전 성관계·페미니즘·인간 복제 등에 반대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또 사제의 결혼이나 여성 사제 서품, 개신교와 합동 미사 등에도 반대하며 가톨릭의 전통적인 교리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보수 이론가로 명성을 얻었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생전 뜻에 따라 장례식은 소박하면서도 엄숙하고 차분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