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의뢰인 작성한 면탈계약서 다수 확보 조사
뇌전증 허위 진단서 발급받고 알선비 최대 1억원 챙겨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검사 대상자들이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있다. 2021.2.17 사진:연합뉴스
'뇌전증 병역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의사도 병역면탈 계약을 맺은 정황을 포착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8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브로커 A씨는 지난해 상담 과정에서 의뢰인이 미심쩍어하자 현역 의사와 체결한 계약서를 보여주며 의뢰인을 안심시켰다. 국민일보는 의사도 브로커를 통할 만큼 뇌전증 허위 진단 방법이 발각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뇌전증'은 뇌신경 세포 이상으로 의식을 잃거나 발작 등을 일으키는 병으로 증상이 다양해 판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구속기소 된 브로커 B씨가 2019년 이후 병역 면제 의뢰인들과 작성한 ‘국군 국방행정사 계약 신청서’를 다수 확보하고, 실제 계약서 내용대로 면탈 행위가 이뤄졌는지를 수사중이다.
뇌전증 병역 비리의 핵심 인물인 브로커 B씨는 2017년까지 공군에서 헌병대대 수사관(군무원) 등으로 일했다. B씨는 A씨와 함께 공유사무실을 빌려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등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의뢰인이 계약금 환불을 요구할 수 없도록 상담 시작 단계에서부터 서면 계약서를 작성했었다. 계약서에는 ‘뇌전증’ 등 병역면탈과 관련한 단어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수사팀은 이들이 뇌전증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을 면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병역 면제 알선비로 많게는 최대 1억원을 챙긴 사례를 확인했다. 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뢰인에게 상담수수료 2000만원을 요구하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기도 했다.
현재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만 100명이 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브로커들을 통해 병역을 회피한 이들이 더 있는지 조사중이다. 병역 비리 가담자라고 고백한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조재성 선수 외에 프로축구 K리그 선수, 불링과 승마 선수, 래퍼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편 대한뇌전증학회는 지난 5일 이번 사건이 실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뇌전증 환자에게는 적절한 기준을 통해 병역면제가 이뤄져 왔다”며 “이번 병역비리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병역면제의 기준 강화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