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측 "국가기관 실무자 수백여명이 아는 상황에서 은폐 시도? 납득 어렵다"
"사건을 월북으로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없었다…70세 노령 고려해 보석 결정해달라"
검찰 "피고인 정점으로 다수 국가기관이 관여한 범행"
"부하직원 등 여러 참고인에 회유 가능성 커" 보석 반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은폐·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측이 "은폐는 없었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박하며 법원에 석방을 요청했다.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 심문에서 "피고인이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고, 한국 나이로 70세의 노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석을 결정해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 전 실장은 같은 달 23일 법원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서 전 실장 측은 준비해 온 발표자료를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은폐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故이대준씨) 사망 직후 관계장관회의 당시 이미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 청와대, 통일부 등 실무자 수백여명이 이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폐를 시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월북몰이'로 유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사건을 월북으로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없었다"며 "이씨의 사살은 북한 정권이고, 이탈경위나 실족 또는 월북으로 보는 것과 관계없이 피고인의 책임과 전 정부의 실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이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고, 한국 나이로 70세의 노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석을 결정해달라"며 서 전 실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직 장관들의 탄원서를 함께 제출했다.
반면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 및 문서를 근거로 서 전 실장이 피격 첩보의 명확성을 확인하고도 자진월북으로 발표하도록 은폐·지시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을 정점으로 다수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범행"이라며 "여러 참고인이 피고인의 부하직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고 회유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보석에 반대했다.
재판부는 결정 시점을 따로 정하지 않고 심문을 마무리했다.
앞서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피격 사건 은폐를 위해 '보안 유지'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