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우리 국적 선박 안전 우려
사우디,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 등 다자 관계 추구
중국, 미국-사우디 관계 서먹해진 틈새 노려 사우디에 세일즈 외교
중국 대형 프로젝트 건설사들...중국의 '일대일로'- 네옴시티 연계
◆…박정욱 MBC PD(우) 사진: KBS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 방송 캡처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300억달러(약 37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해 네옴시티 건설 등을 위한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UAE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우리나라에 대한 3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다만, UAE 순방중 윤 대통령은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한-이란 양국이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동은 왜 싸우는가'의 저자인 박정욱 MBC PD는 24일 KBS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PD는 "이란의 안보상 최대 위협은 UAE가 아니지만 UAE의 최대 위협은 이란"이라며 "마치 미국-소련이 사이가 나빴을 때 미국 진영에 속한 한국은 소련이 최대 위협으로 느꼈지만 소련은 한국을 최대 위협으로 보지 않았던 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란이 중동 산유국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어 그 곳을 지나는 우리 국적 선박에 대한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박 PD는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원유를 페르시아만에서 많이 가지고 오는데 페르시아만 북쪽은 다 이란의 영해다. 이란하고 직접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그 곳으로 운행하는 배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 (이란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곳을 피해서 다니기란 쉽지 않아 뭔가 트집을 잡으려고 하면 잡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실수를 했는데 외교부가 나서서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마치 이번 일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거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박 PD는 중동정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슬람교의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 구도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은 크게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패권 다툼을 하고 있다. 이란은 시아파 국가이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국가다. 사우디아라비아 진영에 속한 나라 중에 하나가 UAE"라고 했다.
이어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중동을 지배하던 프랑스와 영국이 물러나면서 대부분 왕정이 들어섰다. 얼마 후 모더니스트들이 등장하면서 왕정을 하나씩 무너뜨리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왕정 국가들은 왕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하고 손을 잡게 된다. 반면 1979년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이슬람 공화정을 만들면서 중동국가들 간의 관계와 종파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기 시작하자 이슬람주의 세력 확산을 두려워한 사우디는 이란을 강력하게 견제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와서 이란의 견제 역할을 하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면서 이란은 중동 내에서 세력을 엄청나게 확산시키게 됐다. 여기에 이란이 핵 개발을 하려고 하니까 사우디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우호적 평가를 보이자 지금까지 미국에 의존해서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으려는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러다가는 이란에게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 여러가지 변화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왕따’ 발언 등 여러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해준 것으로 확인되면서 바이든 정부와 핵 복원 협상이 희박해지자 다른 길을 찾아야 했는데 그게 바로 "중국"이라고 했다. 양국은 반미 진영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이 손잡고 미국과 싸울 것을 믿었던 중국이 사우디와 공동성명을 채택하자 이란은 일간지에 '대만 독립은 합법적 권리'라는 기사를 실으면서 중국의 배신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2천여년 전 고대 실크로드의 본고장이었던 중국 간쑤(甘肅)성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2016.9.23 사진:연합뉴스
한편 중국은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조금 서먹해진 틈새를 노려 사우디에 엄청난 세일즈를 한다. 중국은 미국을 배제하고 중국과 유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꿈이 불가능해지자 중동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표적인 대외정책 브랜드로 유럽과 철도로 무역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PD는 "현재 중동 내에서 건설 프로젝트가 어마어마한다. 현지에서 건설사업을 하시는 분에게 들었는데 한국의 웬만한 건설사들이 명함을 못 내민다"며 "'일대일로'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하는 건설사들은 다 중국 기업에 몰려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계속 해오고 있는 중국 회사들을 당할 수가 없다"는 현지의 목소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