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으로 에너지가격 전월대비 상승 전환
주거비가 물가상승 '주범'...2분기 둔화 예상
3월 아닌 5월 금리인상 종료 가능성
코스피, CPI 소화하며 혼조세 전망
◆…미국 뉴욕 맨해튼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는 사람의 모습. 로이터 제공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둔화 속도가 다소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추세를 거스르진 않았지만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1월 CPI는 전년대비 +6.4%(전월대비 +0.5%)로 예상치(6.2%, 0.4%)를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대비 +5.6%(전월대비 +0.4%)로 전망치(5.5%, 0.3%)보다 높았다.
계절적 영향도 일부 작용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 1월은 공공요금 인상, 기업의 가격 재설정 등 계절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시기"라며 "이를 반영해 의약품과 운송서비스 부문 가격이 올랐고 3개월 연속 하락했던 근원 상품 가격이 상승했다. 상품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의 반전보다는 일시적 요인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가격은 전년대비 +8.7%, 전월대비 +2.0%로 집계됐다.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 반등으로 전월대비 상승 전환한 모습이다.
임대료 가격은 전년대비 +8.0%, 전월대비 +0.8%로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전체 물가상승분의 절반, 근원물가 상승분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임대료 하락과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우 연구원도 "주거항목 가중치가 상승한 점은 당분간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주거비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저히 떨어질 하반기에는 반대로 서비스 가격 압력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료품과 중고차 가격의 경우 전년대비 각각 +0.5%, -1.9%로 나타났다. 중고차 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반면 식료품 물가는 상승세를 유지하며 더디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디스인플레이션 기조를 훼손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제약 완화에 따른 재화 디스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진행될 것"이라며 "또 주거비 상승세가 시차를 두고 내려올 것이라는 점이 선행지표를 통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높은 물가 탓에 연내 금리인하 기대는 다소 약해진 모습이다. 최제민 연구원은 "강력한 고용지표와 느려진 물가둔화 속도가 맞물리며 연준의 긴축 사이클 장기화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연준이 당초 제시한 경로보다 금리인상을 더 길게 가져갈 가능성을 키웠다. 3월과 5월 각각 25bp 인상 이후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봤다.
이번 지표부터 반영된 새로운 가중치가 CPI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품 비중은 낮아지고(39.0%→38.4%), 서비스 비중은 높아졌다(61.0%→61.6%). 서비스 물가 중 주거비 가중치가 확대(32.9%→34.4%)됐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품가격의 기저효과가 상반기까지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중치 변경은 상반기 하방 경직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서비스 물가 전반보다는 주거비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본다. 통계조정은 임대료 하락이 반영되는 하반기에 물가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향후 물가지표가 완만히 둔화하면서 연준의 긴축 기조도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DB금융투자는 CPI가 6월 2%대 후반으로 떨어진 뒤 하반기 2%대 중반~3%대 초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근원CPI는 4분기 3%대 초반까지 완화할 것으로 봤다.
박성우 연구원은 "근원CPI의 2%대 복귀는 내년에 가능하겠지만 하반기가 되면 현재 5%대보다 현저하게 완화하는 수준이 된다"며 "그렇게 되면 연준도 5%대 정책금리를 고수할 유인은 줄어들고 경기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증시는 CPI 결과를 소화하며 혼재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0.1% 내외 상승 출발한 뒤 미국 1월 CPI 결과를 소화하며 개별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에서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실물경제지표와 주택, 제조업지수가 발표될 예정인 만큼 공격적인 외국인 매수세는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CPI가 컨센서스를 웃돈 부담에도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 지속 등 혼재된 매크로 이슈를 소화하며 제한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테슬라 주가 급등이 국내 2차전지주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개별 이슈에 따라 업종 및 테마간 다른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