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외교수장 전격 회동...블링컨 "정찰풍선 용납 못해"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격 회동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CNN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 영공 내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으로 인한 미국 주권 및 국제법 위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직접 언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면서 "주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5개 대륙에 걸쳐 40여 개국의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 노출됐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 싸우고 당당하게 지지할 것이지만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고 '신냉전'을 향해 가고 있지도 않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또 "오랜 기간 지속된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대변인은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체계적인 제재 회피를 지원했을 때 발생할 영향과 결과를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왕 위원은 이날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이 자국의 풍선을 '정찰 풍선'으로 지목하고 격추한 것에 대해 '히스테리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사실을 무시하고 전투기를 출동시켜 위협이 없는 비행선을 격추했다"며 "이는 믿을 수 없고 히스테리에 가까우며 무력을 남용한 것으로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 상공에는 매일 수많은 풍선이 떠다니는데, 설마 미국은 이것들을 다 격추할 것이냐"고 반문한 뒤 "이런 방법으로는 미국의 강대함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담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외교 수장이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 이후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후속 논의를 위해 지난 3일 저녁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번 양국 외교 사령탑의 회동으로 양국의 갈등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주목됐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으나 중국을 다시 방문하는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양국이 비상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을 개설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혀 정찰 풍선 사태와 관련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