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 신용보증기금 보증 때문"
"은행이 대출 평가하고 조건 정해야 은행 간 경쟁 발생"
◆…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금리산정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부터 담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까지 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 사이의 금리 담합이 쉽게 형성되는 이유는 오히려 '관치금융'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7일 KBS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 '서두르는 은행개혁, 꿍꿍이+금산분리=??'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성과급 잔치를 한 것을 두고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오히려 은행의 카르텔 형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의 역할은 위험 관리와 프라이싱인데, 프라이싱이란 대출금리를 정하는 것으로 이것을 잘하는 게 훌륭한 금융사다. 그런데 우리는 대출의 대부분이 담보를 통해 이루어져서 위험 평가라는게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대출을 할 때는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해줘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직접 심사하는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대출 심사는 신용보증기금이 다 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부분 부동산담보대출을 하고 있으면서 신용 대출은 보증된 것만 해주기 때문에 대출금리로 실적을 올린 것에 정당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은행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때문이다. 이게 경제개발 초기에 필요했던 제도인데 경제가 발전하면서 없어지지않고, 은행이 직접 해야 할 것들을 정부가 계속해서 대신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은행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돈을 많이 번 것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나 국민 입장에서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그건 정부가 스스로 정당성이 결여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은행이 신용대출을 평가하고 대출 조건을 정하는 식으로 해야 그것을 더 잘하는 은행들한테 기업들이 대출을 받으려 하고, 경쟁이 일어나면서 은행의 기능이 향상돼 생산성이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 상업은행들의 50% 이상이 예대마진이 아닌 주식 발행이나, 채권시장, 또 리스크 프라이싱으로 돈을 번다며, 정부가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 금융이 발전할 수도 없고 지금의 예대마진 문제도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교수는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예금금리가 올라간 측면이 있는데, 정부가 채권시장에 돈이 안 간다며 예금금리를 강제로 낮추게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사실상 채권시장 플레이어들에게 보조금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장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이런 식의 개입이 아닌, 채권 시장에서 경색을 풀어줄 수 있는 정책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박 교수는 "정부가 은행 숫자를 늘리려고 하는 것도 결국 금산분리 이야기까지 이어가면서 재벌들의 오랜 숙원인 은행업 진출의 길을 터주려는 하는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