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통신·약품·식료품·전기 등 공급 끊겨 주민들 생존에 위협
당국 늑장대응으로 제설작업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 더 커져
눈 폭풍에 이어 다음주 강풍을 동반한 폭우 예보돼 당국 비상
◆…사진:샌버너디노 카운티 보안관국 페이스북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산악마을을 덮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LA 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샌버너디노 카운티 보안관국을 인용해 지난달 23일 이후 2ｍ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로 산악마을이 고립되면서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안관국 대변인은 "현재까지 폭설과 관련된 사망자는 교통사고 1건으로 확인됐다"며 "다른 사망자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폭설 이후 간신히 다른 지역의 친척·친구 등의 집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산악마을에 아직 남아있는 이웃이 많고 연료와 통신, 약품·식료품, 전기 등 공급이 끊겨 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크 애로우헤드에 거주하고 있는 70세의 필립 시몬스는 지붕까지 쌓인 눈을 바라보며 "이글루에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양지로 알려진 샌버너디노는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보여 이처럼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많은 주민들이 당국의 늑장대응으로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진:샌버너디노 카운티 보안관국 페이스북 캡처
전날 밤 빅베어에서 열린 시의회에서 한 주민은 이 지역에 사는 친구가 폭설이 내리는 동안 지병과 관련된 투석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크레스트라인에 사는 93세 여성과 68세 남성도 각각 자신의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폭설 이후 전기가 끊기면서 추위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발자국이 없는 집들을 방문해 주민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는 LA타임스에 "전기나 가스가 끊겨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린 주민들이 많다"며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관할 당국과 소방·구급대는 중장비 90대를 동원해 제설과 도로 복구에 나섰지만, 워낙 많은 눈이 한꺼번에 내린 데다 피해 지역이 광범위해 일부 도로는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한편 눈 폭풍에 이어 이번엔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예보돼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기상예보센터는 이 지역 시에나네바다 산맥에 38cm의 폭우가 쏟아지고 연안 지역에는 25c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CNN은 이번 폭우가 기존에 쌓인 눈을 녹이면서 홍수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지역 관할 당국은 모래주머니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2주간 음식과 필수품을 구비하라는 권고를 내리며 폭우에 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