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신문 제공
미국의 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 소식이 들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또 다른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주가가 곧두박칠 쳤다는 소식도 나왔다.
과거 몇 차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경제 위기와 비슷한 폭풍이 몰려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 속 '닥터 둠'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가 최근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위기 10가지를 정리한 '초거대 위협(MegaThreats)'을 출간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미리 예견한 것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극도로 위험한 순간으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은 상황에서 현재 미국 은행 시스템에 상당한 압박이 있다"면서 "연준은 금리 인상을 통해서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과 금리 인상 기조를 완화함으로써 변동성을 낮추는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되고 결국 중앙은행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금리를 올리면 은행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더 많은 불안을 촉발하게 되고 혼란에 대응해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걷잡을 수 없어져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함정에 빠졌고 고통 없는 해결책은 없다"며 "부채를 줄이면 차입자가 상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돈이 줄어들고 성장이 둔화되거나 심지어 멈출 수도 있는데 금리를 인상하면 기업과 은행, 노동자와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느라 허덕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어 "이자를 더 많이 지불하게 되면 성장 지향 투자에서 현금이 빠져나가 미래의 성과가 저조해질 수 있으며 많은 기업이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무거운 부채 부담을 지고 있는 정부는 세금을 인상하거나 지출과 이전 비용을 줄여 민간 부문에 스트레스를 더하게 되고 심각한 성장 지연으로 부채 시장이 동요하며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는데 이는 거품이 있을 때 시장 붕괴의 선행 조건"이라고도 지적했다. 지금의 시장 붕괴의 위험이 과거 풍요로운 시기 동안에 돈을 지나치게 빌리고 또 빌려주도록 내버려뒀기 때문이란 진단이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 등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연내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과 정례회의 결과는 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49포인트(1.63%) 떨어진 3만 2030.11에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5.90포인트(1.65%) 하락한 3936.97에, 나스닥 지수는 190.15포인트(1.60%) 내린 1만1669.96에 장을 마감했다.
초거대 위협 / 누리엘 루비니 지음 / 박슬라 옮김 / 2만 5000원 / 한국경제신문 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