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이크론 전격 조사.."삼성과 SK에 '경고'보내는 것"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이버 보안 조사에 나선 가운데, 이번 조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상하이 DRAM 설계 사업부를 닫은 지 몇 개월 만에 외국 반도체 기업으로써는 처음으로 중국의 사이버 보안 조사를 받게 됐다.

중국 사이버보안국(CAC)은 지난 금요일 성명으로 "주요 정보 인프라 공급망 보호하고 문제가 있는 제품이 중국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지 못하기 위해 중국 내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마이크론은 그다음 날 "CAC와 소통하고 있으며 조사에 충실히 응하고 있다"며 "문제없는 제품으로 사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SCMP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규제에 이어 CAC의 이런 대응은 양국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도체 리서치 회사인 ICwise의 왕 리푸 분석가는 이번 조사가 한국과 일본 기업에 보내는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대만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칩4동맹에 가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도입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는 14~16나노미터 이하의 로직칩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수출 금지 조치였으며 미국은 반도체 제조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왕 분석가는 "특히 한국은 이번 조사에 크게 주목할 것"이라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미국의 규제를 따르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SCMP가 왕 분석가에게 물었다. 이번 조사 전까지 중국은 미국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왕 분석가는 "마이크론이 중국 기술 산업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며 "미국이 중국에 규제를 가하려는 노력 그 배후에 마이크론이 있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5200억달러의 연방 자금을 지원하자, 마이크론은 미국 반도체 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로비를 벌였다. 또 반도체과학법이 법제회되기 몇 달 전, 마이크론은 2022년 말 상하이 반도체 설계센터를 폐쇄한다고 발표하고 중국 기술자 150명이 미국이나 인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7년 푸젠진화집적회로유한공사는 마이크론의 기술을 훔쳤다는 이유로 미국에 제재받았으며 그 뒤 생산을 중단했다.

마이크론은 중국 시장에서 자사가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2021년 재무보고서에 중국의 자국 DRAM 제조업체 지원이 마이크론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마이크론의 사이버 보안조사는 마이크론이 취약해진 시점에 이루어졌다.

지난주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2023 회계연도 2분기에서 매출 36억9000만달러(약4조8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한 수치다. 23억달러(약 3조원) 순손실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1분기(작년 9월~11월)에도 2억900만달러 적자를 냈는데 이로써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왕 분석가는 이번 조사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면 당근을 줄 수 있으나 우리를 불쾌하게 하면 채찍을 가할 수 있다는 중국 관리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