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과소비 부추겨…" 각계서 쏟아진 '전기·가스료 인상론'

정부, 전기·가스요금 관련 관계자 간담회 가져

참석자 다수 "요금 동결땐 더 큰 부담" 우려

소비자단체선 "인센티브 늘려 에너지 절감 유도"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잠정 보류).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요금을 올렸을 때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서다. 정부가 공공요금을 인상하려는데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상태 악화와 맞물린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이러한 공공요금 인상은 시기의 문제라는 전망이 짙다. 전기·가스요금 관련 관계자 다수도 요금을 동결했을 때, 되려 더 큰 비용(기업손실 보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반면, 요금 인상이 아닌 전기·가스를 사용을 줄였을 때 인센티브를 늘리는 식의 대안도 고려해야 한단 목소리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자원경제학회의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저렴한 요금 수준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제공하며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요금 인상이 필요하나, 요금 인상은 경제주체에 충격이 되므로, 인상의 폭과 시기를 조절하고 공기업의 사업비용 저감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부장도 "물가상승 등 국민부담을 우려해 요금 동결시 에너지 부문의 공급 안정성 저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증가,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문제 등 큰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에 달한다. 김창식 한국에너지공단 수요정책실장은 이 점을 언급하며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가장 큰 수단이 에너지효율 향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정책과 투자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가격정책에 따른 취약계층 등에 대한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전력이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전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한전채 쏠림 현상으로 인한 자금시장을 경색시킬 악재가 채권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2023년 한전채 발행 여건은 2022년에 비해 큰 폭 개선되어 발행 규모가 소폭 확대되더라도 현 수준 금리에서 무리 없이 발행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큰 폭 확대되고 대외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경우 채권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전기요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한전 적자 탈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내에 사채발행한도 여력 축소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미 가계부담 가중…추가로 올리면 소상공인 영업 못할수도"

반면 소비자·소상공인 단체에서는 전기·가스료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4번의 가격조정으로 가계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고물가 시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연쇄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이어 "에너지 수요 감소를 위해 요금 인상 이외에도 전기·가스 사용절감시 인센티브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도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추가적인 가격 인상시 영업 지속이 불가능하다"며 "현행 요금체계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과중한 구조로 요금체계 개편 및 소상공인 대상 요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