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민생탈세자 세무조사 착수'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국세청)
#. 금전대부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영세사업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고 법정 최고금리(20%)보다 높은 이자를 챙겨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렇게 번 돈은 국세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감추었다. 배우자 명의로 설립한 위장법인으로 소득금액을 분산시키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에게 고액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법인 명의로 산 수십억원 상당의 아파트는 자녀에게 헐값에 팔았다. 국세청은 A씨가 소득을 탈루한 경로를 추적했고, 이자수입 신고누락·경비 과다계상·편법증여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세청은 A씨처럼 서민을 상대로 고리(高利)·고가(高價)로 부당한 수익을 누리거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법률이 규정한 세금을 내지 않은 민생탈세자 75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자소득을 미신고한 고리·미등록 대부업자 20명, 고액 수강료를 신고누락한 입시·직업 교육 학원사업자 10명, 현금매출을 누락한 음식·숙박·유흥·레저 사업자 25명, 가공경비를 계상한 전력 발전·설비 사업자 20명이다.
◆…위장법인을 설립해서 소득금액을 분산하고 가족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탈루한 대부업체 사례.(자료 국세청)
조상대상에 오른 대부업자들은 원금은 사업계좌로 받은 반면, 이자수입은 직원 명의인 차명계좌로 받으며 소득을 숨겼다. 속칭 바지사장(명의상 대표)을 내세워 법정 최고금리가 넘는 이자를 챙기고도 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불법 대부업자는 법정 최고금리 20%를 넘어 최대 연 9000%에 이르는 이자를 부담시키며 서민·자영업자의 생계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할인을 해주겠다"며 수강료를 현금으로 받았다. 이때 현금영수증은 발급하지 않았다. 수입금액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프로그램 개발 업체와의 거래 사이에 자녀가 주주인 특수관계법인을 끼워놓고, 해당 법인으로부터 프로그램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법으로 매입액을 부풀려 비용을 과다계상했다. 현재 B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풀빌라를 운영하는 C씨도 할인을 조건으로 고액 숙박비를 현금 결제하도록 유도, 이런 수입을 신고누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조사대상에 올랐다.
◆…민생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추진 성과.(자료 국세청)
국세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민생탈세자 540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추징한 세금은 6146억원에 달한다. 소득 적출 유형을 보면, 수입부분에서 현금매출누락(8843억원)이 약 71%였다. 비용부분에서 가공경비는 366억원(3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민생탈세분야 주요 조사대상자인 대부업은 최근 3년(2019~2021년)간 202명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소득금액 1757억원을 적출하고 세금 598억원을 추징했다고 한다.
국세청은 "모든 세무조사 수단을 활용해서 차명계좌, 장부파기 등의 위법행위와 탈세사실을 확인하겠다"며 "조세를 포탈하거나 세법질서를 위반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탈루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물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 처리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