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빅3, 수요침체에 수익성 악화…동국제강 선방

원료값 변동심화·전기료 인상 등 원가부담 늘어
연간 제품 판매단가 상승에 외형은 나란히 확대

철강 빅3가 2021년 업계 안팎으로 '슈퍼사이클이 다시 도래했다'라는 평가 아래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것과 달리 작년에는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재료 가격이 고공비행을 했던 상반기 판매가격도 뛰어 나란히 분기 최대 매출로 고점을 찍었으나 4분기엔 적자를 기록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제품군의 연간 판매단가가 전년도보다 늘어 모두 매출이 증가하는 등 외형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수익성면에선 다소 희비가 엇갈렸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태풍 침수피해 등 각 사별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전방 수요산업의 침체 속 원가부담이 늘었던 점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포스코홀딩스·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빅3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철소 가동 중단 등 사상 초유의 악재에 시달렸던 포스코홀딩스가 절반에 가까운 영업이익 감소를 감내해야 했고 현대제철도 30% 이상 이익이 줄어 쓴웃음을 삼켜야 했다. 그나마 동국제강이 한자릿수 이익 감소에 그치며 비교적 선방한 모습이다.

특히 3사는 상반기까지 매출 증대와 함께 이익도 전년도를 웃도는 등 호실적 기조를 이어갔지만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커졌던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원자재값은 2021년에도 요동쳤으나 당시 전방 수요산업이 호황을 보였던 것과 달리 작년 하반기엔 크게 위축되며 제품가 반영에 난항을 겪게 돼 철강업계 호실적에 제동이 걸렸다. 수요 둔화 속 원자재 가격도 하향세를 보여 제품가격 인하가 본격화돼 통상 원료값이 반영되는데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업계 특성상 높은 원료가로 투입됐던 재고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형국이 빚어지게 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의하면 철광석값은 작년 초 톤당 130달러 수준에서 4월 150달러를 넘기며 고점을 찍은 뒤 하반기 90달러대로 내려왔다. 연초 톤당 400달러 수준에서 출발한 제철용 원료탄도 상반기 6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후 하반기엔 200~30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기로에 활용되는 고철(철스크랩)도 상반기 톤당 70만원을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이다 연말 40만원대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조 5111억원, 영업이익 7435억원, 당기순이익 425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17.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7.4%, 순이익이 23.8%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8.7%로 전년도보다 2.4%p 떨어졌다.

외형 확대는 연간 판매가 상승에 기인한다. 철강 부문 중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열연제품의 내수 제품가는 전년대비 22.0% 늘었고 매출 비중으로 뒤를 잇는 냉연 제품가는 수출 기준 10.9% 증가했다.

다만 연간 매출원가율이 86.3%로 전년도보다 2.3%p 높아졌고 판관비도 4255억원으로 같은 기간 18.8% 늘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분기 2937억원으로 최근 10년새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직전년도에 시작된 실적 호조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졌으나 하반기에 접어들어 1000억원 내외의 영업익에 그치며 부진에 빠졌다. 그나마 4분기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이 모두 적자를 쏟아낸 것과 달리 955억원 흑자를 유지한 점은 고무적이다.

연간 판매가격은 전년대비 높아졌으나 상반기보다 기말 열연과 냉연 모두 3% 가량 제품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수요 부진에 연간 판매량도 전년도보다 감소했다.

전기료 인상도 전력 소비량이 많은 철강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판매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20.5원으로 전년대비 11.5% 올랐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전력비용의 경우 2827억원으로 전년도 2458억원 대비 15.0% 늘어났다.

사업부문별로도 운송 부문이 지난해 전년대비 67.8% 늘어난 417억원, 무역이 같은 기간 48배 가량 증가한 386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주력인 철강 부문의 이익이 20.0% 줄어든 6293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매각을 단행한 브라질 CSP 제철소 손상차손 인식과 외화관련 손실 확대 등으로 인해 영업외손실액이 800억원 가량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다만 상반기까지 쌓여가며 우려를 낳았던 재고자산이 연말에는 1조 1236억원 규모로 전년동기 대비 17.2% 줄었고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도 5.9회로 전년도 6.0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제철·포스코홀딩스, 일제히 최대 매출
파업·태풍피해 등 돌발 악재에 이익은 부진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7조 3406억원, 영업이익 1조 6165억원, 당기순이익 1조 382억원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19.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4.0%, 31.0%씩 줄어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도보다 3.6%p 하락한 7.1%로 집계됐다.

직전년도 최대 매출 기록을 1년 만에 훌쩍 뛰어넘으며 규모의 확장을 일궜으나 하반기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다소 빛이 바랬다.

전체 매출의 57%를 차지하는 판재의 제품가가 톤당 131만 4000원으로 전년 말 107만 9000원보다 23만 5000원, 33%의 봉형강도 30만 6000원 늘어난 톤당 135만 8000원으로 변동돼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상반기와 비교했을 땐 판재는 9000원, 봉형강은 1만 2000원 오른 것에 그쳤다.

작년 매출원가율이 89.6%로 전년도보다 5.0%p 높아져 매출총이익이 19.6% 감소한 2조 8337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판관비도 13.1% 증가한 1조 217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전력비및연료비가 11.7% 늘어난 2조 5583억원으로 에너지 사용료 부담이 마찬가지로 커진 모양새다.

이 회사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8.9% 늘어나는 등 실적 호조세를 지속했으나 하반기 수요 부진과 함께 노조 파업 장기화 등에 부딪쳤다. 이에 4분기에는 영업손실 276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부침을 겪었다.

철강사업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업구조로 미주 지역의 작년 영업이익이 412억원으로 전년보다 36.1% 늘고 유럽이 306억원으로 3.6% 감소로 유사한 규모를 유지한 것과 달리 내수·수출을 포함한 국내 영업이익이 1조 5220억원으로 37.0% 줄었고 아시아도 46억원으로 73.9% 감소했다. 영업익 부진에 순이익도 동반 뒷걸음질 쳤으나 영업외손실 폭이 전년도보다 305억원 가량 축소됐다.

상반기 8조원 이상 쌓였던 재고자산은 연말 6조 7043억원으로 전년도보다 0.4% 줄었으며 회전율도 3.65회로 전년 말 3.39회에서 다소 높아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4조 7502억원, 영업이익 4조 8501억원, 당기순이익 3조 5605억원의 실적을 거둬들였다. 직전년도와 비교해 매출이 11.0%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47.5% 감소했고 순이익도 50.5%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5.7%로 6.4%p 떨어지며 3사 중 가장 부진한 수익성을 내비쳤다.

포스코홀딩스도 첫 80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등 외형 확대 행보를 보였는데 지난해 철강부문의 제품가격은 열연이 전년대비 13.9% 오른 톤당 110만 5000원, 냉연이 24.9% 뛴 129만 3000원으로 변동됐다.

반면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6.1% 늘어난 영업이익을 거뒀던 것과 달리 4분기엔 4254억원 영업적자를 내는 등 하반기 부진의 늪을 피하지 못했다. 제품가도 상반기 가격과 비교할 시 열연이 9만 9000원, 냉연이 5만원 정도 내렸다.

다만 이 회사는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해 입은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가 실적 부진의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각 포항공장이 태풍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긴 했으나 포항제철소는 완전 복구까지 135일이 소요되는 등 피해가 특히 컸다.

침수로 인한 재고자산 손상 953억원이 매출원가에 포함되는 등의 영향에 매출원가율이 91.0%로 전년도에 비해 6.6%p 상승했고 판관비도 같은 기간 5.9% 늘어난 2조 7992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문별로는 전사 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부문이 지난해 전년도보다 58.0% 줄어든 3조 4139억원의 영업익에 그쳤고 친환경 인프라부문의 건설도 2997억원으로 29.3% 이익이 줄었다. 이와 달리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포함된 친환경 인프라의 무역에서 전년대비 62.3% 증가한 7935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고 에너지에서 2.8배 가량 늘어난 2754억원, 미래소재에서 54.2% 증가한 1072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부진을 일부 상쇄해냈다.

재고자산은 연말 15조 4724억원으로 전년대비 1.7% 늘고 회전율도 5.02회로 5.31회에서 다소 낮아졌으나 상반기 4.66회까지 악화됐던 것에 비해선 높아지며 업계 안팎으로 제기됐던 우려를 다소 불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