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출신, 경제관료 지낸 경제전문가... 장관급 국무조정실장 지내
윤석열 캠프 정책자문단 총괄간사, 선대위 후보특별고문으로 활동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 국민통합위 경제·계층분과위원장 역임
'관치' 논란 속에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조용한 행보'
◆…NH농협금융 제공
이석준은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1978년 부산 동아고등학교, 1982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199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경영대학원(Sloan·슬론)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선 뒤 재무부 국고국, 이재국, 재무정책국 등에서 일하며 국가 경제정책 수립은 물론 재정운용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행정관, 외교통상부 주제네바 국제연합사무처 및 국제기구대표부 1등서기관으로 근무했다.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수관리과장을 거쳐 2002년 금융정책국 증권제도과장을 맡았다.
2004년 재정경제부의 핵심 요직이자 경제부총리를 보좌하는 총무과장에 임명됐다. 이듬해 재정경제부 혁신기획관과 기획예산처 장관정책보좌관을 거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과 경제예산심의관으로 일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을 거쳐 금융위원회에 파견돼 상임위원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이듬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기획재정부 2차관에 임명됐다. 일년 후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으로 이동했다.
2016년 1월 장관급인 제3대 국무조정실장에 올라 2017년 5월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공직으로서는 거쳐야 하는 핵심 요직을 거의 대부분에서 중임을 수행한 셈이다.
◆…NH농협금융 제공
이석준은 국무조정실장 이임사에서 "공직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 건지 미처 몰랐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매 순간이 나침반 없는 항해를 하는 항해사의 심정이었다. 급기야는 헌정 초유의 대통령 궐위 사태까지 겪었다"며 "어떤 방향과 속도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불면의 밤이 이어지기도 했고, 자다가도 새벽 한두 시면 눈이 저절로 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오세훈이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되면서 이석준을 서울비전2030위원회 총괄위원장에 임명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6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캠프에 첫 번째 영입 인사로 합류해 국민캠프 정책자문단 총괄간사를 맡았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 뽑히자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보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는 등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이후 경제부총리 또는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렸으나 스스로 고사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경제·계층분과위원장이 됐다.
2022년 12월, '관치 논란'을 극복하고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고 2023년 1월 취임해 2024년 12월까지 2년 동안 농협금융의 수장으로 일하게 됐다.
◆…NH농협금융 제공
지난해 12월 12일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당시 연임이 예상됐던 손병환 회장의 후임자로 이석준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했다.
임추위는 이석준에 대해 "예산,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해 실물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정확한 정책 판단능력을 갖췄다"며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손해보험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보유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CEO로서 필요한 역량을 두루 갖췄다"고 평농협금융 최고사령관으로 적임자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12월 22일 "연임이 유력했던 손병환 회장이 밀려나고 관료 출신이자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다음 회장에 낙점됐다"고 비판했다.
이석준은 올해 1월 2일 첫 출근길에서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제가 안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월 3일 취임사에서 "초일류 금융그룹이라는 꿈을 함께 꾸자"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금융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며 "'농협은 불가능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 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비전 아래 고객과 함께하는 생활금융 생태계 구현, 미래형 금융서비스를 선도하는 개방형 사업모델 완성이라는 전략과제를 세웠다. 이 회장은 이러한 비전과 전략을 내재화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월 19일 계열사 CEO 등이 참석한 '2023 신년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고객중심 초일류 금융지주 도약'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각자가 맡은 업무부터 1등이 되면, 그러한 1등이 모이고 모여 농협금융이 초일류 금융지주가 될 수 있다"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과감하며,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금융서비스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상생의 가치로 고객을 감동시키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1월 27일 10개국 해외 점포장이 참석한 '2023 글로벌 신년간담회'를 통해 현장과 소통하는 첫 행보를 펼쳤다. 회장 내정 이후 좀처럼 대외적 활동을 자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금융은 2023년 글로벌 중점추진사업으로 ▲해외점포 경쟁력 강화 ▲전략투자 및 디지털 사업과 연계한 신사업 추진력 강화 ▲글로벌 인력관리체계 강화 ▲글로벌 협력체계 확대를 선정했다.
이 회장은 "올해는 농협금융의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며 "중점 추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2월 14일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NH WM마스터즈' 발대식을 열고 "일선 영업점의 WM 사업 지원을 통해 농협금융 고객의 자산 증대를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NH WM마스터즈는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인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등 6개사에서 선발된 업계 최정상 자산관리 관련 전문가 집단이다.
이 회장은 2월 17일 '제1차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를 열고 "모든 업무를 고객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모든 업무를 원점(Zero-Base)에서 재설계할 것"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제시했다.
취임 100일을 일주일 정도 앞둔 현재 이 회장은 눈에 띄는 행보보다는 조용한 내실 경영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관치' 논란이 여전히 가운데 언론 등에 과하게 노출되기 보다는 내부 임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농협금융의 비전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이 회장은 취임 100일을 앞둔 소감에 대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으며 향후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일정을 알리지 않아 눈에 띄는 활동을 안 한다고 비치는 것일 뿐"이라면서 "이 회장은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미팅을 갖으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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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의 경영철학... "생각은 깊게, 그러나 행동은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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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NH오픈비즈니스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이는 범 농협계열사, 외부 투자사 및 관계사들과 사업협력, 투자연계 등 오픈이노베이션(혁신)을 가속화하는 행사다.［NH농협금융 제공］
관(官)과 금융권에서 주요 직책을 두루 역임하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 등 금융지주 회장으로서의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회장이 '관치'를 벗고 '성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이라는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0년 우리금융을 꺾고 순익 기준 금융지주사 4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다시 5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이유로 이 회장은 2년 임기 동안 농협금융을 또 한 번의 퀀텀점프(Quantum Jump)를 통해 재도약의 기틀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수를 가진 농협은행의 경쟁력은 물론 그룹사간의 연계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회장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신이 들기 전까지 움직임을 자제하다가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빠른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취임식을 없애고 서면으로 취임사를 배포했다. 허례허식보다는 실질적인 업무 파악이 필요하다는 그의 철학인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성격이면서도 결단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잇따른 논란을 잠재우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로서 실적으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취임 후 6개월이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