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금융투자업...해외진출 성과는 미미

금투협-자본연, 제2차 자본시장 릴레이 세미나 개최

최희남 "국민연금·KIC 해외진출시 국내IB GP로 활용"

미래에셋, 15년 시행착오 끝에 가시적 성과

"지난 10여년간 국내 증권업의 자기자본과 순영업이익은 크게 성장했으나 여전히 자기자본 등 규모 면에서 아시아 10위권 내 회사가 전무하다.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진출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희남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1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2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본연이 분석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현황을 보면 은행과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해외진출이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해 9월 기준 해외 점포수는 489개로 2010년 333개에서 지속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는 22개에서 67개로 205%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의 해외 점포수는 93개에서 69개로 26% 감소했다. 최 연구위원은 "소규모 증권사의 해외점포 철수와 인수합병에 따른 감소"라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은행(IB)의 자기자본은 35조원에서 77조원으로 2.2배 성장했다. 순영업이익도 1.7조원에서 6.9조원으로 4.1배 증가했다.

그러나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21년말 9.6조원)마저도 아시아 10위권 내 들지 못했다.

증권사 해외점포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그 비중이 전체 수익의 4.3%에 불과했다. 해외 IB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40~50%로 한국 증권업의 10배 수준이다.

해외진출에 앞장선 미래에셋자산운용(47.3%)과 미래에셋증권(23.6%)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중 글로벌 비중이 큰 편이다.

한국투자증권(0.7%), 한화투자증권(1.5%), 신한투자증권(1.6%), 삼성자산운용(2.0%), 한화자산운용(2.4%), KB증권(6.9%) 등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최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기금, 한국투자공사 등 연기금의 해외투자 시 국내 금융회사를 위탁운용사(GP)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 해외투자시에도 국내 IB가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글로벌 영역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투자공사(KIC)가 그간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에 투자할 수 없었지만 최근 제도 개편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경우도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해 해외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진출 우수사례로는 미래에셋증권이 꼽혔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지난 20년간 17개 지역에 40개 해외법인·사무소를 세웠으며 해외법인 자기자본이 그룹 전체의 31.2%에 달한다. 운용자산(AUM) 중 해외 비중도 16%다.

인도 국민들은 140억달러의 자산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네시아 94개 증권사 중 개인고객 대상 브로커리지 1위를 달성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미래에셋의 해외진출 전략으로 현지 회사설립을 통한 '오가닉 성장'과 인수합병(M&A), 선(先)운용사-후(後) 증권사 진출,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했음을 들었다. 그는 "해외 진출한 지 만 20년인데, 15년간 힘든 시기를 보낸 뒤 최근 5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미래에셋은 2007년 운용사 인도법인을 세울 때 자본금 50억원으로 75%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과 자본금 500억원을 투자해 종합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방법 중 후자를 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현재 고객 550만명, 운용자산 20조원을 보유한 효자 법인으로 성장했다.

2017년엔 증권사도 인도에 진출했으며 2018년 미국의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X를 인수했다. 5100억원이라는 막대한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했던 글로벌X는 2008년 9조달러에서 40조달러로 4배가량 성장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화를 위한 정책 제언으로 "자본규제를 완화해 인수합병(M&A)을 활용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해외법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외국환업무 규제도 해소해 외화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화유동성 대응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엄주성 키움증권 부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에서 중견 증권사를 인수해 자본을 확충하고 국내 IT 인프라 이식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나간다면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현우 신한투자증권 글로벌사업본부장의 경우 "세계 최대 벤처 생태계 시장인 실리콘밸리 내에 벤처캐피탈(VC), IB 사업 등 다양한 투자 기회가 있다"며 "세계 최고의 인재와 기술이 결집된 실리콘 밸리에 진출해 VC업계에서 파생된 IB딜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병희 한화자산운용 전무(경영전략실장)은 "해외 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 외에 '오가닉 성장' 전략도 중요하다"며 "현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