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2013~2020년 분석
"재정의 불평등·빈곤 완화, OECD 국가 중 가장 낮아"
◆…나라살림연구소는 19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재정의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최저"라고 했다. 사진은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국은 재정지출이 소득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나랏돈을 더 풀어서 저소득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가 19일 내놓은 'OECD국가 시장·가처분소득 분배지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은 시장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차이가 각각 0.227, 0.201, 0.167, 0.11였다. 반면 한국은 0.065에 머물렀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변화를 비교한 결과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비교 기간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보면, 모든 나라에서 지니계수 수치는 낮아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시장에서 발생한 불평등을 완화했음을 의미한다"며 "즉 고소득층은 세금 부담을 통해 시장소득보다 가처분소득이 낮아지며, 저소득계층은 복지 등의 권리를 통해 시장소득보다 가처분소득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완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으로 핀란드의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51로, 한국(0.40)보다 높았다. 이렇게 소득불평등이 더 심한 모습이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27로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 반면, 한국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4였다. 시장에서 발생한 소득불평등을 국가의 재정역할을 통해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와 시장소득 지니계수 차이는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이는 시장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재정의 역할이 증대됐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도 "OECD 비교대상 국가 중 가장 적은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자료 나라살림연구소)
한국의 재정정책이 빈곤율을 줄이는 부분도 적극적 구실을 못 하고 있다. 비교 기간(2013~2020년) 재정의 빈곤율 개선 효과는 프랑스·독일·일본·미국은 각 29%포인트(P)·21%P·18%P·9.3%P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4.5%P 개선하는데 그쳐,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프랑스만 떼어내서 보면, 이 국가의 시장소득 빈곤율은 40%(2019년)다. 중위소득 50% 이하 소득에 해당하는 빈곤가구가 무려 40%에 달한다는 소리다. 한국(시장소득 빈곤율 21%)보다 더 많다. 그러나 프랑스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8.4%로 크게 떨어진 반면, 한국은 16%였다. 한국 재정이 시장에서 발생한 빈곤 문제를 개선하는데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불평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실제 2017년 1분위(하위 20%)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927만에서 2021년 1232만원으로 33%나 뛰었다. 중위소득가구(3분위)의 시장소득도 같은 기간 2773만원에서 3221만원으로 늘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서 발생한 불평등·빈곤율 완화 효과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가장 낮고, 특히 2021년도 국가의 공적이전지출이 전년도보다 줄어들면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가 다소 상승해 기존의 소득불평등온화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재정이 시장에서 발생한 소득불평등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재정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