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난 2006년 부동산 시장 정책효과 '평가유보'
강화된 종부세 올해 첫 과세, 내년 2주택자 양도세 '폭탄'
부동산 투기 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지각변동을 목표로 잡은 8·31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1년. 효과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각종 부동산 관련 지표가 대변해 주고 있다.
일단 정책의 궁극적 '타겟'이었던 강남권 등의 주택시장은 가격상승률이 둔화되면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8·31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후속대책인 3·30대책이 나오면서부터 가격상승률이 잡혔기 때문.
결과적으로 8·31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행 1년 뒤 집값이 10·29대책 이전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던 정부당국자의 발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여전히 강남 등 주요지역의 집값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게다가 매물을 쏟아내면서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정부의 시각과 달리 강남지역 주택시장의 매물과 거래가 감소하는 등 냉기가 감돌면서 부동산 시장의 고사위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금 등 지나친 규제로 인한 역풍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8·31부동산 대책이 추구하고 있는 '세금폭탄'은 아직 투하되기도 전이다. 대폭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는 올해 첫 과세를 앞두고 있으며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실거래가 과세 전면실시 등도 모두 내년이다. 칼집에서 칼만 뺏을 뿐, 아직 휘두르기 전인 셈이다.
□ 8·31대책 1년, 강남권 등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8·31부동산 대책의 '약발'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는 "입법미비로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며 기대감을 부풀리면서 버블논란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8·31부동산 대책 발표이후 2, 3개월간 진정되는 '척'했던 강남 등 주요지역 집값은 이후 다시 들썩였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분석결과 전국 집값은 8·31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던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4.5% 상승했다. 서울지역 상승률은 7.9%.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 기간동안 6.0%, 단독주택 2.3%, 연립주택 4.4%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울지역은 10.7%, 5.5%, 5.6% 등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책발표 직후인 지난해 9월, 10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11월부터는 상승국면을 보이면서 '약발이 다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통계치만을 토대로 판단할 경우(3·30대책 발표 이전까지만) 백화점식 부동산 종합대책이었던 8·31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는데 실패한 셈이다. 다만 3·30대책이 나온 뒤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이와 연계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강남지역 주요 아파트 3·30대책 이후 가격안정세=8·31부동산 대책의 후속대책인 3·30대책이 나오면서부터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안한 안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3·30대책 발표 이후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51평의 매매가격이 17∼19억원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도 지난 6월부터 9억원대 가격이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4평은 지난 3월에 1억원 가량 가격이 올랐다가 다시 올해 1월 수준인 10억원대로 돌아섰으며,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32평 역시 3월 이후부터 8∼9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외의 강남 지역 주요 아파트들도 역시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안정세를 '불안한 안정'을 내다보고 있다. 특히 거래시장이 뜸해지는 등 매물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매물이 워낙 없기 때문에 시세변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강남 등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세금을 통해 부동산을 통한 이익을 환수하고 투기적 가수요를 걷어내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아직 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8·31부동산 대책 효력, "이제부터가 진짜"=이 같은 시장상황에 대해 정부는 "입법이 늦어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세금정책 등이 제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효과가 당장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실상 8·31부동산 대책의 골간이 부동산 관련 세금정책의 대부분은 아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이다. 사실상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가 핵심인 종부세 과세강화, 양도세 체계강화가 줄줄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쉬운 표현을 빌리자면 '고공비행' 중인 세금폭탄을 실은 '8·31 세금폭격기(?)'는 점차 저공비행 체제로 돌아서고 있는 셈이다.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은 낙관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음표에 가깝다.
당장 올해 12월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는 인별합산이 아닌 세대별합산이 된다. 과세기준금액, 과표적용비율도 대폭 높아진다. 이에 따른 종부세수도 올해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9년까지 매년 10%씩 올라가는 과표적용률을 감안할 때 향후 보유세 부담 체감도는 더욱 가혹해질 전망이다. 고가주택은 물론 중·소형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도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정부의 세부담 경감조치로 일정부분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모든 주택 등 부동산 매매시 실거래가 기준 과세제도가 시행된다. 이에 앞서 지난 1월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등기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2주택 이상자 등 부분적인 실가 기준 과세가 시행되고 있다.
2주택자들은 내년부터 주택 양도시 50%의 높은 단일세율로 중과세가 적용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차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빼앗기게 된다.
다만 거래세 부담은 완화될 전망이다. 8·31대책에서 거래세를 일부 낮춘 정부는 최근에도 거래세 완화방안을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점차 낮춰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