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 금통위원 "물가지표에 집값 하락 반영 안돼...과대평가 가능성 있어"

장용성 신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1일 작년 집값이 하락하면서 물가지표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장 위원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금융경제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장 위원은 이날 한은 기자실을 찾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표에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다. 작년 논문을 쓸 때는 재작년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것을 반영하면 공식 지표보다 높았다고 봤다"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 데이터를 확인해 봐야 한다.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 논문에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를 제기한 데 대해선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했는데 우리나라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이 보여서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필립스 곡선이 우하향하면) 두 마리 토끼는 못 잡더라도 하나는 잡을 수 있을 텐데 반대로 돼 있으면 둘 다 못 잡을 수 있다"며 "전쟁도 나고 코로나도 있고 공급쪽 충격이 왔으니 대비를 좀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대외 경제여건에 대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란데 수출도 어렵고 금융환경도 만만치 않다. 문을 열고 살아서 잘 사는 경제니까 그건 안고 가야 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좋아지긴 했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 위원은 "제가 학교에 있다 와서 시장 상황은 다른 위원들보다 잘 알지 못한다. 많이 배워나갈 것"이라며 "총재님이 리서치 기능을 강조하는 만큼 그런 쪽에서 제가 잘 보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춘섭 위원은 자신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하는 데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냈다.

박 위원은 "어디 출신이냐, 누구의 추천을 받았느냐로 도비쉬(비둘기파)냐, 호키쉬(매파)냐를 사전적으로 말할 건 아닌 것 같다"며 "경제가 처한 상황과 금융·경제 상황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선택할 문제고 시간이 지나면 결과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은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모두 최종 목표는 경제 안정과 성장 발전에 있다"며 "백그라운드(배경)는 재정이지만 앞으로는 통화에 우선해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은 노조는 박 위원의 금통위원 선임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했다. 조달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공사 문제로 한은과 소송 문제를 겪었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저도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조만간 노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제 저는 한은 입장이다. 과거는 없어졌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